올해의 가장 큰 정치행사인 4월 총선은 지난 국정과 정치에 관한 총체적 성적표이자, 그 이후를 가늠해 볼 설계도다. 비리와 부패의 터널 한가운데에서 정치혐오와 무관심이 극에 달해 있지만 4당체제 하의 무한경쟁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도 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로 정치개혁의 전범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절망에서 헤어날 길은 요원하다는 점이다.이 선거에서 국민이 무엇을 선택하려 할 것인지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각 정당들의 대비수준과 정신상태는 미덥지가 못하다. 대통령 지지도는 20∼30%대에 불과하지만 여당 격인 열린우리당은 아직 이를 극복할 만한 능력과 자질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불법 비리의 딱지를 붙인 채 벌써 공천파동의 소란이 한창이고, 민주당은 지역주의의 기득권에 미련을 벗지 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 정당지도부를 필두로 세배객이 대거 몰렸다는 소식은 연초 덕담 수준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다가올 총선이 지역구도의 폐해를 뛰어넘고, 개혁을 실천하는 성과를 이루어 낼 것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선거의 기본 룰도 마련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선거제도와 정당개혁, 정치자금 투명화 등의 개혁과제들이 적당한 눈가림과 졸속, 이기적 담합으로 무위에 그칠 소지가 적지 않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선자금 수사와 대통령측근 비리 특검수사를 놓고 벌어질 극한 정쟁이다. 국리와 민생을 외면하고 정파끼리의 생사게임으로 선거를 몰고 갈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난 1년의 비생산적 소용돌이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그럴 것이냐, 아니냐의 여부가 총선에 달려있다. 어느 때보다도 냉철한 눈으로 정치권의 일탈을 감시하고 선거의 의미를 살려야 하는 유권자의 의무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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