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식을 갖고 총선필승의 결의를 다진 2일, 각 당은 새해 첫날 각 언론이 보도한 17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 대해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고 한 마디씩 했다.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당 지지도가 복원되는 모습"이라며 "국민이 '나라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지지율이 좀 내려가긴 했으나 판별분석을 해보면 지지층이 다시 복귀하는 것으로 예견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은 "지지도가 기대보다는 못하지만 계속 오르는 경향"이라며 "다른 당은 정체하거나 떨어지고 있으며 그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고무적으로 해석했다. 자민련도 "지지도가 낮게 나오는 것은 주지지층이 50∼60대 보수층이라서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자위했다.
그러나 여야 4당의 해석을 듣고 있노라면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의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치권이 이번 조사결과에 정작 '방점'을 찍어야 하는 곳은 다른데 있다. 국민 대다수가 정치권에 대해 극심한 혐오와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새 인물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보 조사에서도 현역의원을 찍지 않겠다는 응답이 무려 57.2%에 달했고, 총선에 관심 없다는 유권자가 65.4%나 됐다. 다른 언론사 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정치권이 자기 당의 지지도에 대해 일희일비하며 각자의 유·불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때가 아니다. 진짜 '국민의 소리'가 무엇인지에 귀 기울여 그것을 어떻게 담아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국민은 지금 정치권을 비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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