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내주에 방북하는 미 대표단에게 영변 핵 시설 방문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터져 나와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지 기대된다. USA 투데이의 보도대로 미 대표단이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하게 되면 2002년 12월31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한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대외적 공개가 이뤄지게 된다.이는 지난 1년 동안 북한이 국제적 감시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에서 진행해온 일, 즉 사용 후 핵 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주장에 대한 진위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그 동안 핵 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완료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소식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 대표단의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방문 허용 자체가 아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5월30일부터 6월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커트 웰든(공화·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 등 미 의회 대표단에게 다음 번 방문 시 영변 핵 시설을 둘러볼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웰든 의원측은 지난해 10월13일 북한의 초대장을 받고 백악관측과 방북 승인 문제를 타진했으나 백악관측이 방북 예정일 이틀 전까지 여행승인을 하지 않아 방북이 무산됐었다. 따라서 부시 정부가 웰든 의원 대표단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방문 성격의 대표단에게 북한 방문을 승인한 것이 대 북한 핵 정책에 대한 변화로 읽을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북한이 미 대표단에 영변 시설을 공개하려 하는 데에는 미측의 무반응과 무대응이 한 이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 등 핵무기 개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도 미 정부가 이를 '위기'로 인정하지 않자 핵 시설 공개라는 정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핵 재처리 주장을 북한이 늘 해오던 위협 행위의 연장이라고 여기는 듯한 미 정부 내 매파에게 '실제 상황'을 알림으로써 적극적 대응을 유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북한의 목표는 2차 6자회담에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해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다.
북한이 사찰단을 추방한 이후 미 정부는 각종 정보력을 동원, 북한의 핵 재처리 진전 상황을 파악해왔으나 인적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상황에 대해서는 엇갈린 관측이 있어왔다. 정보 분석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북한 핵 문제 대응방식을 두고 대북 협상파와 강경파가 갈등하는 가장 큰 배경 중 하나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북 승인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한 핵개발 진전에 대한 정확한 상황판단 하에서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이번 방북으로 북한의 핵 재처리 주장이 입증될 경우 북한 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져 대북 협상파에게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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