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시촌에 새해 벽두부터 때아닌 '로또' 열기가 한창이다. 로또 열풍은 고시원과 각종 학원들이 밀집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인근 유흥가 '녹두거리'에서 지난달 중순 제54회 로또 복권 1등 당첨자가 탄생하면서 비롯됐다. 당첨금 51억4,800여만원(세전 수령액)을 거머쥔 행운의 인물이 고시를 준비중인 서울대생이라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로또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고시생들 사이에 '대박 열풍'이 번지고 있는 것.'1등 당첨 '현수막이 나붙은 녹두거리의 한 로또판매점에는 온 종일 로또를 구입하려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게의 한 직원은 2일 "1등 당첨 소식이 전해진 후 로또를 사려는 대학생과 고시생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박모(21·경영2)씨는 "추첨발표가 임박한 토요일이면 매장 밖까지 장사진을 이루는 바람에 일반 물품을 사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대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등 당첨자는 서울대 출신 고시생'이라는 입소문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ID 'J&B'인 한 서울대생은 "OO고시원에서 생활하던 당첨자가 고시 서적을 모두 팔아 치우고 고향에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서울대 고시촌에서 3년째 사시를 준비중인 송모(32)씨는 "소문이 퍼진 뒤 고시원마다 '로또계'를 조직한 수험생들까지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다음 달 사법고시, 행정고시 1차 시험 준비에 한창인 고시생들은 이 같은 소문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싱숭생숭한 표정이다. 행정고시를 준비중인 오모(33)씨는 "1억원만이라도 당첨된다면 정말 공부하고 싶은 순수학문에 매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대학생 최모(25·여)씨는 "뜬소문 탓에 고시공부가 완전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할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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