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31일 오전 5시29분 대구지하철1호선 중앙로역. 340명의 사상자를 낸 지하철 방화참사 후 10개월여 만에 이 역에 첫 정차한 1001호 전동차 김병재(30) 기관사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한 후 5초간 기적을 울렸다. 6량의 객실에 탄 30여명의 승객들도 정차 30초 동안 내내 고개를 숙였다.
중앙로역에서 승차한 박준희(26·여)씨는 "역 입구에서 지하3층 승강장까지 내려오는 걸음마다 희생자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며 "중앙로역이 지하철 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로역이 이날 개통되면서 사상 유례없는 지하철 참사로 기록된 대구지하철이 완전 정상화했다. 중앙로역은 지난 2월 참사 후 현장보존과 지하철 안전운행 논란으로 5개월이 지난 7월에야 복구작업이 시작돼 최근 복구가 마무리됐다. 이 공사에는 총 246억원의 예산과 연인원 1만8,000여명, 900여대의 중장비가 투입됐다.
특히 이 역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승강장 출입구에 '수막차단벽'이 설치돼 화재발생시 천장서 바닥까지 물이 차단벽처럼 흘러내려 유독가스와 연기, 열기의 확산을 막는다. 또 승강장에서 대합실을 거쳐 지상까지 올라가는 통로에는 정전이 되더라도 어둠 속에서 4시간 이상 빛나는 '야광타일'이 설치돼 승객들의 탈출을 돕게 된다.
대구지하철은 2005년 6월까지 전 차량의 내장재가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소재로 교체되는 등 사고 지하철의 오명을 떨쳐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중앙로역을 지나칠 때마다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있다"며 "어떤 지하철에서도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상자대책위와 대구시가 일부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데다 부상자 상당수가 아직도 폐쇄공포증 등으로 정신과치료를 받는 등 지하철 참사 후유증이 남아 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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