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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원숭이학교 원숭이띠 사육사 장우석·황희선씨/"새해는 원숭이처럼 지혜로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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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원숭이학교 원숭이띠 사육사 장우석·황희선씨/"새해는 원숭이처럼 지혜로운 삶을"

입력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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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년 새해를 맞는 전북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의 원숭이 학교(교장 정비원)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에 넘쳐 보였다. 학생들인 원숭이들도 자기들의 해가 왔다는 걸 아는지 신이 나 있었고, 올해 각각 서른 여섯, 스물 네 살로 원숭이 띠 동갑인 원숭이들의 선생님 장우석 팀장과 황희선씨도 여느 해보다 벅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원숭이 학교는 2002년 6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원숭이 전문 놀이공원. 다른 동물도 있지만 원숭이들이 중심이며 원숭이 공연도 한다. 학생은 3∼4세 어린이의 지능(IQ 50)을 가진 다람쥐 원숭이, 일본 원숭이, 갈색꼬리감기원숭이 등 11종으로 관람용 90여 마리, 공연용 30여 마리이다. 이들의 선생님으로는 공연을 전담하는 조련사 10명과 원숭이 돌보기를 천직으로 여기는 사육사 장 팀장과 황씨, 두 명이다. 두 사람은 오전 8시30분∼11시, 오후 4시30분∼6시 원숭이에게 밥을 주고 우리를 청소해준다. 아프거나 다친 원숭이는 특식을 주고 따로 관리한다.

장 팀장과 황씨는 원숭이 띠에 어려서부터 동물 사랑이 유별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신들이 정말 원숭이와 사연이 깊은 사람들이며 원숭이 사육사를 천직으로 여긴다는 점도 같다. 전남 목포 출신인 장 팀장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비둘기를 키우고 있다. 1995년 용인 에버랜드에 초식류 사육사로 취직해 원숭이를 비롯해 기린 낙타 등을 키웠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2년 만에 그만 두었다.

항상 동물의 세계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장 팀장에게 원숭이 학교가 개교한다는 소식은 가뭄 끝의 단비였다. 원숭이 선생님이 되고 나서는 틈틈이 동물관련 전문서적을 읽고 잡지, 신문, 비디오 등 수백 점의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제는 학생들이 아프면 수의사 역할까지 할 정도로 나름대로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본래 동물을 좋아하고 키우는 것이 재미있어 사육사가 되었는데 몇 년만에 다시 원숭이들과 살게 되어 아주 기쁘다. 학교 시설이 아직은 빈약하고 우리가 좁아 원숭이들이 야생에서처럼 뛰어 놀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원숭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다."

지난 해 11월 부임한 황씨도 동물 사육사가 오랜 꿈이었다. 아예 서울 집을 떠나 학교 안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처음에는 혹 물리기라도 할까 가까이 가지 못하고 원숭이들도 낯선 그를 보면 도망쳤으나 우리를 청소해 주고 먹이를 주면서 친해져 이제는 아주 다정한 사제간이 되었다. 황씨는 원숭이가 강아지보다 영리하며 정이 있고 사람의 눈치를 살필 줄 아는 동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간혹 먹이만 받아 먹고 달아날 때는 얄밉기도 하지만 대체로 사람을 잘 따라 귀엽다. 혼날 짓을 하면 눈치를 채고 도망가다가도 먹이를 보면 채가는 모습이 아주 사랑스럽다"고 제자 자랑을 늘어 놓는다.

원숭이들은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이 유별나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역시 바나나. 몸집에 따라 다르지만 바나나, 오이, 당근, 사과, 배, 귤, 땅콩, 고구마, 밤 등과 단백질 성분이 첨가된 특수 사료로 하루 두 끼 식사를 한다. 또 원숭이는 새끼가 죽으면 꼭 껴안고 있을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고 서열을 중시해 죽기 살기로 큰 싸움을 자주 한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새해 소망은 단 한가지. "원숭이들이 제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비단 원숭이뿐 아니라, 원숭이 해를 맞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길 소망한다.

흔히 원숭이는 잔 머리를 쓰고 간사한 사람에 빗대 묘사되지만 실은 재주가 많고 지능은 동물 중 최고다. 장 팀장은 "이 녀석들을 보면 나도 남들보다 무슨 일이든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정도"라고 한다. 예전부터 원숭이 해에 태어난 사람을 영특하다고 했다. 왕궁이나 사찰의 용마루와 추녀 위에 원숭이를 모신 것도 이들이 재앙을 막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부안=글·사진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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