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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희망의 정치"우리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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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희망의 정치"우리 손으로

입력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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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은 어둡다. 정치에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고통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암울하다. 국민들은 낡은 찌꺼기들을 말끔히 씻어내 주기를 기대하면서 지난해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였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권도 집권 1년 만에 국민들에게 이렇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 적이 없었다.여야를 막론하고 지난해 불거진 불법 대선 자금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썩은 고름이 살이 되기를 바라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목하 진행 중인 정치권의 정치개악논의를 보라! 몰염치의 극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백주대로에서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폭력배나 다름없다.

국민들이 바보이기를 바라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보다. 국민들은 다만 정치인들이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주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사태는 우리에게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였지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하였다. 그 결과 오히려 불법정치자금 수수의 수법만 교묘해지고 대담해졌다. 그러나 이제 불법과 비리의 고리를 끊어버릴 기회가 오고 있다. 17대 국회의원을 뽑는 올해야말로 선거혁명의 해로 만들어 우리 국민들이 진정한 '정치적 시민'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사실 1960년 4·19혁명, 80년 광주민주항쟁, 87년 6월 시민항쟁 등을 거치면서 정치적 시민으로 태어날 계기가 있었으나 매번 군부 쿠데타나 정치지도자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시민 의식이 실종되거나 지역주의에 함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들이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의 장벽을 극복하고 정치적 성숙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나라가 더 이상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나라의 주인은 열심히 일해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한 사람들의 것이다. 일찍이 선각자 함석헌 선생이 지적했듯이 생각하는 백성, 깨어있는 국민만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다. 하늘은 마음이 있어도 입이 없고, 국민은 뜻이 있어도 뭉치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는 계기에는 하늘이 말을 하고 국민이 뭉친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10년 전 로마클럽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하게 될 3가지 불균형의 위기를 지적하였다. 지구상에서 부국과 빈국의 불균형, 한 사회 내에서 부자와 빈자의 불균형, 그리고 자연과 인간과의 불균형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부자와 빈자의 불균형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을 넘어 체제 위협적인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논어에 '국가를 다스리는 자는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재산이 고르지 않는 점을 걱정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부의 균형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정치의 핵심이다. 부의 분배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하면 경제도 나라도 바로 설 수가 없다는 것을 수차 보아왔기 때문이다.

갑신년은 이 땅에 변혁의 기운을 드높인 해이기도 하다. 120년 전 김옥균을 비롯한 혁신파가 왕조의 내정을 쇄신하고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정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민중이 동참하지 않는 변혁운동은 결국 실패한다는 교훈만을 남겼다. 오늘날은 국민이 진정한 정치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투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루만의 주체로 끝날 수도 있고, 4년 내내 주인 행세를 할 수도 있다. 모두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송 병 록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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