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지구촌에서는 세계 평화를 갈구하는 목소리가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지만 국제정세는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전망한 새해 주요 관심사를 조망해 본다.
부시 재선 일단 "파란불"
아버지가 실패한 재선을 아들이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는 이라크전이 사담 후세인 생포로 분위기가 반전됐고, 경제도 다우지수와 나스닥이 각각 1만선과 2,000선을 회복하는 등 희소식 일색이다. 선거 자금면에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유일한 상대로 꼽혔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2008년 대선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은 부시에게 최대의 행운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한해를 보냈던 부시는 일단 이 같은 화려한 성적표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선거가 있는 11월까지의 근 1년은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매우 긴 시간일 수도 있다.
빈 라덴 과연 잡힐까?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이 잡힐지 여부는 테러위협으로 짓눌려진 국제정세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알 카에다가 국제테러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불명확하지만, 그가 사살 또는 생포된다면 대 테러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 등 서방국가에는 후세인 생포 이후 최대 선물이 될 것이다. 아직은 빈 라덴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점치기 힘들다.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은 이라크의 비옥한 땅과는 다르다. 열쇠는 그의 측근이 쥐고 있다. 후세인이 충복의 배신으로 미군 손에 떨어졌다는 분석처럼 빈 라덴도 잡힌다면 미군의 최첨단 장비가 아닌 내부분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후임 교황에 흑인 물망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으로 알려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에 누가 낙점될 것인가는 가톨릭 교단뿐 아니라 모든 종교와 정치계에서도 큰 관심이다. 사상 처음 흑인이 교황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혁명적 흐름의 정점에 있는 흑인은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바티칸의 종교대화성을 이끌고 있는 프란시스 아린제(70) 주교이다. 가톨릭 교단은 외부의 도전이 있을 때 비(非)이탈리아 출신 주교를 교황으로 선출한 전례가 있다. 이슬람권과의 화합이 강력히 요청되고 있다는 시대흐름은 바티칸에 또 하나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선거인단을 구성할 80세 미만 추기경들 중 40% 이상이 제3세계 출신이란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게 해준다.
北-美 대화 "오리무중"
해를 넘겨버린 북한의 핵 개발 문제는 새해에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의 외신들은 북한이 핵 카드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화는 계속되겠지만 실망스러울 것이며 휴전선을 둘러싼 위기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재 역할을 자임한 중국이 활발하게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북한의 변함 없는 태도, 이라크 점령 지속 및 대선을 앞둔 미국의 상황으로 볼 때 양측의 대화는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美·日경제 상승곡선 예고
올 초 당분간 미국 경기는 상승세를 지속할 듯하다. 기업 이익 증가와 느슨한 재정 정책 덕분에 뉴욕증시도 오름세를 지속한다.
다만 큰 폭의 재정 적자에 따른 압박이 연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아 낙관하기 힘들다.
현재 주식이 과매수 상태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뉴욕증시가 올해 안에 하락장세에 돌입, 연말 지수는 연초보다 낮게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지 않고 일본의 경기회복은 지속되며 중국은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위안화 평가절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TV같은 휴대폰"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올해 소형TV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폰 기술 발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을 'TV 휴대폰'은 이미 기술적으로는 큰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휴대용 소형TV가 실용화해 있고 휴대폰의 컬러 액정 또한 크기와 화질 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 기술을 합쳐 보자"는 간단한 생각을 해내는 것이라는 게 BBC의 설명이다.
올해 말에는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가끔씩 이유 없이 깔깔거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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