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해 갑신년이 밝았다. 원숭이는 십이지(十二支) 중 가장 인간과 가깝다. 영리하고 재주 많은 원숭이가 묵은 근심일랑 떨궈 버리고 변화와 즐거움, 희망을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다. 근래 원숭이에 대한 뛰어난 연구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간과 유인원과(類人猿科) 원숭이인 침팬지의 염색체 구조는 98%나 일치한다고 밝혀졌다. 침팬지 연구에 헌신해온 여성 학자 제인 구달에 따르면, 침팬지들의 행동은 우호적 관계와 야만적 폭력 사이를 오간다. 침팬지는 신체접촉을 좋아한다. 떨어져 있다가 동료를 만나면 반가워 껴안고 입을 맞춘다. 두려울 때는 팔을 내밀어 서로 등을 두드리고 손을 부여잡고 법석을 떨며 불안을 떨치려 애쓴다.■ 반면 화가 났을 때는 위협하기, 얼굴 찌푸리기, 때리기, 주먹질하기, 발로 차기, 할퀴기, 머리 잡아 당기기, 돌과 막대기 집어 던지기를 예사로 한다. 만약 총칼이 주어지고 다루는 법을 안다면, 인간처럼 사용하리라는 것이 자명하다고 한다. 침팬지는 인간의 거울이며 창문이다. 진화론을 인정한다면, 초기인류의 본 모습을 추적할 수 있는 귀중한 대상이다. 인간은 '고상한 야만인'에서 얼마나 더 진화한 것일까. 최근 우리 사회의 발언을 보면 남성의 폭력적 여성지배는 큰 변동이 없다.
■ 여성을 비하하는 한 목사의 '기저귀 발언'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국회의원이 한술 더 떴다. 남성 의원은 여성 의원을 겨냥해서 "다른 여자가 우리 안방에 누워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거지"라고 성희롱적 막말을 했다. 이 언어폭력을 들으며 또 다른 선구적 학자 프란스 드발의 말이 떠올라 낯 뜨겁다. 그는 "침팬지 암수 중 누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가 더 몸집이 크고 힘이 세냐 물으면 당연히 수컷이죠. 서로 마주칠 때 누가 더 높은 것처럼 보이느냐 해도 역시 수컷이죠. 그러나 누가 더 좋은 자리에 앉아 좋은 음식을 먹느냐를 물으면 단연코 암컷입니다."
■ 일본 원숭이는 침팬지보다 덩치가 훨씬 작다. 이들에 대한 헬렌 피셔의 연구도 흥미롭다. 연구자들이 흙투성이의 고구마를 모래밭에 뿌려 놓았다. 젊은 원숭이 한 마리가 그것을 바닷물에 담가 흙을 씻은 뒤 먹자, 젊은 원숭이들이 모두 따라 하기 시작했다. 몇 달 뒤에는 모든 원숭이들이 그렇게 했는데, 가장 마지막에 따라 한 것은 늙은 수컷들이었다고 한다. 구달은 책 '희망의 이유'에서 침팬지와 원주민, 문명인의 공존을 꿈꾸고 있다. 올해 우리 사회가 젊은 원숭이처럼 슬기롭게 진보하기 바란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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