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7대 총선의 해가 밝았다.4월15일에 치러질 이번 총선의 특징은 한마디로 불확실성이다. 수십년 간 이어져온 '3김 시대'의 종언과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태동,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인한 국민의 극단적 정치불신, 다당(多黨)구도로의 재편 등 선거환경 자체가 이전과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어느 정당이 어느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게 될지, 현재로선 윤곽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는 정치 틀의 근본적 변화 속에 3김 정치의 구태와 미래지향적 행태가 범벅이 된, 과도기적 양상을 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진행중인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1월부터 시작될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수사라는 특급 뇌관이 선거의 흐름을 단번에 뒤바꿀 가능성도 엄존하고 있다. 특히 야당의 대통령 하야 요구를 부르고 있는 대통령 측근비리의 파문이 심상치 않다. 여야 4당이 경쟁적으로 추진할 물갈이 공천과 국민의 세대교체 열망 역시 혼전과 이변을 예고한다. 이 와중에 1980년대 이래 선거의 상수(常數)로 자리잡아온 영·호남 등 지역주의의 벽이 일부나마 허물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17대 국회는 어느 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 정국 주도권을 잡든 극심한 대립과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과 야당의 근본적 불신과 적대감 때문이다. 우리당이 개헌저지선인 3분의1이상 의석을 확보한 뒤 민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면 노 대통령은 '노무현식 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 보혁 이념대결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우리당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노 대통령의 재신임과 연계한 한나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내각제 또는 대통령중임제 등 개헌논의가 다시 불붙어 정국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의 극한 대결은 목전의 총선 때문인 만큼 총선이 끝나면 여야 모두 200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긴 호흡으로 정국 대응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소수의 관측도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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