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지만 포기하지 말고 투표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뤄야합니다." "아직도 의석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정당의 모습이 한심합니다." "유권자들은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방탄국회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총선의 해를 맞는 4인의 젊은 시민운동가들은 입을 모아 새해 소망으로 '깨끗하고 맑은 정치'의 실현을 꼽았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홍석인(36) 간사, YMCA시민정치운동본부 조여호(38) 팀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구경숙(32) 정책부장, 환경운동연합 홍혜란(41) 조직국장 등 시민단체의 실무책임자들은 구랍 31일 청와대가 바라다 보이는 경복궁 뜰에 앉아 정치개혁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정치개혁시민연대에서 실무를 맡아 국회 정개특위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꾸려지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 홍석인 간사는 새해의 화두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의 실현'을 꼽았다. 그는 "각종 비리들이 드러나면서 정치인들도 정치제도개혁에 한 목소리를 냈지만 제스처에 그쳤을 뿐 정치개혁법안의 연내 통과는 끝내 무산됐다"며 "각 당 대표들은 약속을 지키고 이달 8일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떼기'등 가공할 돈 전달수법과 대통령 측근비리 등 정치권의 부패상도 도마에 올랐다. 올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전국 57개 지역단위에서 실시할 '시민정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조여호 팀장은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에게 희망이 없는 만큼 우리 시민들이 정치적 대응력을 갖춘 '강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며 "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적 정치활동의 활성화야 말로 현 부패 정치를 타파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권력감시단체와 함께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는 다름 아닌 여성들이다. 총선여성연대가 꾸려지고 '여성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이 출범했다. 이구경숙 정책부장은 "참여정부의 등장으로 호주제 폐지 및 성매매 근절, 유아보육 등과 관련한 여성 관련 개혁법안이 정부에 의해 발의되고도 언제나 국회 앞에서 멈춰섰다"며"정치개혁이 우선하지 않고는 사회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이 올 총선에 큰 기대를 갖는 이유는 이라크 파병 등 정치·외교 현안 뿐만 아니라 환경과 여성 등 각 부문에서 갖가지 이슈가 제기되면서 의원들의 성향 및 전문성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 홍혜란 조직국장은 "어떤 의원도 낙선 대상자로 크로스 체킹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역 단위에서도 산림파괴와 도로건설 문제로 해당 지역구 의원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선자금 비리의 실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조직화해 4월 총선에서 심판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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