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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96>요한 베르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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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96>요한 베르누이

입력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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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8년 1월1일 스위스 수학자 요한 베르누이가 81세로 작고했다. 요한 베르누이는 당초 문학을 공부하다가 의학으로 방향을 돌렸고, 다시 수학으로 길을 틀었다. 수학자로서 그의 공적은 미적분학을 체계화하고 해석학을 물리학에 응용한 데 있다. 요한 베르누이는 또 바젤대학에서 가르치며, 뒷날 '해석학의 화신(化身)'으로 불리게 될 레온하르트 오일러를 비롯해 많은 후진을 길러냈다.자연과학의 역사에서 베르누이를 거론할 때는 반드시 그 앞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 성(姓)만 얘기하면 어떤 베르누이를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베르누이 집안은 뛰어난 학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베르누이 일가는 16세기 후반 종교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 안트베르펜을 떠나 스위스 바젤에 뿌리를 내린 프로테스탄트 집안이다. 이 집안은 오늘의 주인공 요한 베르누이로부터 3대만 헤아려도 8명의 수학자를 배출했다. 베르누이수(數)로 확률론에 공헌한 요한의 맏형 야콥 베르누이와, 유체(流體)의 속력과 압력 사이의 관계에 대한 베르누이 정리를 확립한 요한의 차남 다니엘 베르누이가 특히 알려져 있다. 수학이나 자연과학 쪽에 눈길을 돌리지 않은 베르누이가(家) 사람들도 거의 모두 법률·행정·예술이나 다른 지적 분야에서 뛰어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베르누이 가문은, 두 세기에 걸쳐 50여 명의 음악가를 낳은 독일의 바흐 가문이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를 비롯해 수많은 일급 학자들을 낳은 스위스의 소쉬르 가문과 더불어, 유전과 환경(nature vs. nurture)이 생물체에 행사하는 결정력을 두고 벌어진 고전적 논쟁에서 전자(前者)의 편에 선 우파 이론가들에게 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빼어난 베르누이 개인들도 베르누이 집안이라는 환경이 없었다면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으리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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