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4월15일 실시될 17대 총선 관련 사안들에 대한 국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 해 12월27일과 28일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또 30일 오후 발표된 검찰의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결과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이날 밤 17대 총선 지지도 관련 사안 두 개에 대해 추가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17대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여야 정치권의 총선 대책 수립에 적잖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도 사상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으면 그 만큼 정당 및 후보간 판세도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 관심이 있다'(매우 13.0%, 다소 21.6%)는 응답자는 34.6%에 불과한 반면 '관심이 없다'(별로 46.3%, 전혀 19.1%)는 응답은 65.4%에 달했다. 무관심층은 여성(71.4%)과 20대(78.6%), 학생(73.5%), 서울(70.4%) 부산 경남(PK·72.3%)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60세 이상(56.7%)과 농·임·어업(51.6%), 호남(43.9%)과 대구 경북(TK·38.2%)에서는 총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총선에 대한 무관심은 당장 낮은 투표율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투표하겠다'(반드시 35.0%, 웬만하면 30.6%)는 답이 65.6%에 그쳤다. '투표할 생각이 없다'(별로 22.4%, 전혀 12.0%)는 답은 34.4%였다. 선거전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통상적인 투표 의향 응답률이 80%를 넘던 예에 비춰보면 총선을 100여일 앞둔 시점에서의 60%대 투표 참여 응답율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치라고 할 있다. 실제 투표율은 60%에 한참 못 미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투표 의사는 60세 이상(75.2%), 농·임·어업(69.4%), TK(69.1%), 한나라당 지지층(80.9%)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투표 불참 의사는 20대(39.9%), 블루칼라(39.4%), 강원(40.6%), 민주당 지지층(32.9%)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의 선거 참여율은 높아진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분당 등의 변수 때문에 선거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서울(63.9%), 20대(60.1%), 학생(62.7%)의 투표 의사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총선에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7.6%는 '정치인의 부패사건 등을 보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바쁘기도 하고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라는 개인적 이유는 22.4%였다. 17대 국회의 핵심 과제로 경제회생(50.0%)과 정치개혁(31.3%)을 많이 꼽은 것도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반영한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 현역의원 재신임
17대 총선에선 어느 때 보다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총선에서 현 지역구 의원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7.2%가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현 의원 지지를 밝힌 응답자는 17.0%에 불과, 차이가 40.2%포인트에 이르렀다. 새 인물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반증이다. 25.8%는 총선에 임박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제주 77.8%, 서울에서 62.0%의 응답자가 '현역 의원 배제' 의사를 밝혔고, 부산 경남(PK·60.8%), 호남(60.5%), 대구 경북(TK·58.2%) 순으로 물갈이 욕구가 강했다. 20대(62.1%)와 30대(64.6%), 블루칼라(73.2%), 학생(67.6%)에게서 물갈이 기대 답변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현역 의원을 재신임하겠다는 의견은 농·임·어업(37.1%), 강원(21.9%)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역 의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회의적 시선은 16대 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얼마나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4.4%가 '잘못했다'(다소 42.8%, 아주 41.6%)고 답했다. '잘했다'는 평가는 12.9%(대체로 12.2%, 아주 0.7%)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30대(86.8%), 블루칼라(90.1%), 인천·경기(89.7%) TK(89.1%)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긍정 평가는 50대(15.9%), 주부(15.2%), 충청권(17.6%)과 호남권(16.7%)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17대 총선 지지 후보 선택 기준'으로는 도덕성이 41.7%로 1위였다. 이어 개혁성(22.3%) 참신성(15.2%) 지역사업추진능력(11.4%) 경륜(3.9%) 소속 당(3.2%) 후보 출신지(0.4%) 등의 순이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총선 변수
17대 총선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정치개혁, 세대교체,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수사 결과 등이 지적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장 큰 변수로 '정치제도 및 정당개혁'(28.4%)을 꼽았다. 그 다음은 '물갈이 공천 등 세대교체'(27.3%)였다. 유권자들의 현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정치개혁 열망이 잘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개혁은 민주당(33.6%)과 열린우리당(34.8%) 지지층에서 높게 나타났고, 세대교체는 대구·경북(TK)권에서 39.1%로 높아 한나라당의 물갈이 움직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선자금 검찰수사와 측근비리 특검 수사'는 19.4%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민주당과 우리당의 공조 여부'(5.1%), '지역감정'(4.4%) '시민단체의 낙선운동'(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1인2표식 정당명부제에 대해, "지역구와 전국구 지지 정당을 같이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2.5%로 "지역구 후보 소속 정당과 비례대표 지지 정당을 다르게 투표하겠다"는 답 39.5%보다 약간 높았다. 그러나 지역구·전국구 지지 정당을 다르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40%에 육박하는 것은 지역구는 인물 본위로, 비례대표는 정당을 보고 찍겠다는 의미로도 비쳐져 지역구도 해소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30대(47.1%)와 서울(45.4%)에서 지역구·전국구 분리 투표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총선결과와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문제를 연결시키려는데 대해서는 반대가 60.6%로 찬성(31.7%)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정당 지지도
17대 총선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여파로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15% 안팎의 지지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나 상승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측근비리 수사 결과 발표 등 노무현 대통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노 대통령 지지층이 결속한 탓인지 미세하나마 지지도가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여당 다운 위세는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연합공천을 할 경우 한나라당에 크게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돼 향후 총선 정국에서 양당 공조 여부가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해 12월27일 조사에서의 17대 총선 후보 지지도는 한나라당 20%, 민주당 14.3%, 열린우리당 13.5%, 민주노동당 2.7%, 자민련 0.9% 순이었다. 그러나 무소속(11.8%), '지지정당이 없다'(18.9%)는 응답이 30%가 넘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함을 알게 했다. '모르겠다'는 답은 17.2%였다.
검찰의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긴급 실시된 30일 밤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19.5%, 민주당 15.1%, 우리당 15.0%로 각각 나타났다. '거짓말' 논란 등 수사 결과가 노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하게 나왔는데도 오히려 우리당의 지지도만 이틀 전보다 1.5%포인트 올라가고 다른 당은 별 변화가 없었다.
12월30일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50대(29.2%)와 대구·경북(35.1%) 부산·경남(25.7%)에서, 민주당은 20대(18.1%)와 호남(41.7%)에서 각각 강세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30대(20.4%)와 강원(19.2%) 충청(17.1%)에서 평균 지지율을 넘었다.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산·경남 지지율도 16.8%로 전국 평균은 넘었다. 자민련은 지지기반으로 여기고 있는 충청권에서 7.8%로 비교적 선전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 또는 공조를 통해 단일 후보를 공천하면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12월27일과 30일 조사에서 모두 '연합공천 후보' 응답이 35%와 38.5%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은 26.9%와 25.6%에 그쳤다.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우 민주당과 우리당이 따로 후보를 내면 22.6%와 23.4%(27일), 24.3%와 24.7%(30일)로 지지가 나뉘었으나, 단일 후보를 공천하면 56.3%(27일), 63.3%(30일)가 지지하겠다며 다시 결집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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