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 처리가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국내 카드산업의 기초체력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 급기야 11월에는 1개월 이상 장기 연체율이 전월보다 2% 포인트나 폭등한데다 하향 안정세를 유지해오던 신규 연체액마저 급증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소비심리의 개선으로 내년부터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카드발(發)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신규연체 급증 반전, 암울한 징조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8개 전업 카드사들의 신규 연체액(연체기간 1일∼1개월 미만)은 1조2,000억원으로 10월(8,814억원)에 비해 33%나 급증했다. 월중 신규 연체 발생액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올 하반기 들어 처음이다. 전업카드사의 신규 연체액은 상반기에 소폭의 등락을 하다 6월 1조7,86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1조5,584억원, 8월 1조3,064억원, 9월 1조1,584억원으로 매월 1,000억원 이상씩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금감원이 내년 초부터 연체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해온 근거도 연체율의 선행지표 성격인 신규 연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연체가 다시 급증세로 돌아서면서 전망 자체를 수정해야 할 판이다. 더구나 LG카드 및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 사태가 본격화한 12월에는 신규연체 발생이 11월보다도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 가뜩이나 이 같은 신규연체는 올들어 모든 카드사들이 대대적인 한도축소 등을 통해 '우량회원'만 추린 상태에서 발생한 부실이기 때문에 카드산업의 진로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1개월 이상 연체율 폭등
11월말 현재 전업 카드사들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전월보다 1.8% 포인트나 급등한 13.5%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총 연체금액도 10월 6조9,207억원에서 7조7,069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9월 11.2%에서 10월 11.7%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11월 들어 LG카드 사태 여파로 다중채무자들의 '돌려막기'가 곤란해지면서 급등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 카드사별로는 LG(11.4→14.7%), 삼성 (8.8→9.5%), 외환(8.8→11.1%), 신한(7.9→8.2%), 비씨(7.2→8.6%) 등 5개사가 상승했고, 나머지 3개사는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드사들이 단기연체를 줄이기 위해 연체대금을 장기대출로 전환한 대환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11월 말 현재 대환대출은 16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 감소했던 10월말보다 1,000억원이 불어나 '잠재부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처럼 카드 연체가 다시 불안한 기미를 보임에 따라 LG카드 처리가 일단락되는 대로 카드사들과의 이행각서(MOU) 체결을 통해 강도 높은 연체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부실채권 40조원
한편 신용카드 부실 등의 여파로 9월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 전체가 보유한 3개월 이상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규모가 전분기 대비 2.6%(1조원) 증가, 40조원을 넘어섰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