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확장기조를 유지하면서 일자리 늘리기에 최대 역점을 둔다.' 정부가 30일 밝힌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의 핵심이다. 정부는 토지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기업 지원확대 등 투자활성화를 통해 고용 창출에 전력 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끊기면서 부각되고 있는 청년실업 등 고용 악화, 신용불량자 증가 등이 내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가계 및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소비진작이 어렵다"며 "투자활성화로 일자리를 늘리고 신용불안과 청년실업을 낮춰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 위축, 신용불량, 계층간 갈등 등 지난 1년간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관건은 바로 고용창출"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출 주도의 '절름발이' 성장이 지속되고 카드채 문제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고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범정부적으로 고용 회복에 총력전을 편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최소한 내년 상반기 동안은 예산의 조기 집행과 저금리 등 현재의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업 활성화 통한 고용 창출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를 내수로 확산시키기 위해 고용유발 효과가 큰 관광, 유통 등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1992년 이후 광공업에서 78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지만 서비스업은 오히려 449만개나 늘어나는 등 노동 집약적인 서비스업이 고용 창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내년 1분기 중 금융 세제 규제 등 분야별로 제조업에 비해 차별적인 제도를 뜯어 고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는 한편, 국책은행을 통한 2조원 규모의 특별자금 지원 서비스업 적용 전력요금 인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생산성 범위 내의 임금 인상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생산성본부에서 합리적인 임금협약모델을 개발, 공정한 성과배분을 유도할 계획이다. 해고제도의 경직성을 줄이기 위해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도산절차 진행기업에 대해서는 해고 요건과 절차를 완화해 주는 방안도 마련된다. 하지만 정리해고제 확대는 아직 노·사·정이 합의를 보지 못한 데다 인턴제 확대 등이 실질적인 고용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토지 공급 대폭 늘려 투자활성화 유도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이나 외국인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이 복잡한 토지 규제에 있다고 보고, 내년 상반기 중 120여개 법으로 흩어져 있는 토지관련 규제를 '국토계획법' 하나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전국 어디를 가도 공장 하나 짓는 데 지켜야 할 토지관련 규제가 완전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얽혀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투자 확대는 물론, 집값 안정도 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산업용지가 부족한 시·군에 산업단지 신규 지정 허용 분양되지 않은 산업단지 입주 대상에 비제조업 포함 대도시권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농민이나 농업법인에만 허용됐던 농지 소유 규제와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의 전용 제한도 최대한 완화해 토지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학원·과외 수요 공교육으로 흡수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다음달 중 발표된다. 방과 후 학교 공간과 시설을 활용한 학습 프로그램은 물론, 외부 강사를 초빙한 예체능 분야의 특기적성 교육, 초일류 강사가 참여하는 교육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한 학습지원체제가 마련된다.
고교 평준화지역 지정권한을 시·도 교육감에게 이양하는 점진적 자율화 방안도 추진된다.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고, 사업주에게 주는 육아휴직 장려금 월 20만원 외에 대체인력 채용 지원금으로 월 10만∼15만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또 공공 부문에 '여성 채용 목표제' 도입을 권고하는 등 공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이 동종 업종 민간기업의 평균 수준에 이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취업을 원하는 전업주부들은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80%를 국비로 지원해 교육시키고, 여성 기술인력과 여성 가장에게는 각각 4.5%와 3%의 저금리 창업자금이 지원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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