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여가상품으로 꼽히는 '관람용 스포츠'와 영화는 제조공정이나 유통과정이 판이하지만 유사한 속성도 있다. 둘 다 여가소비자의 돈과 시간을 노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관람용 스포츠의 경우 선수 없이는 경기가 만들어 질 수 없고 영화 역시 배우가 필수 요소로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공히 높다.소수의 스타에 의해 흥행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또 시간보내기가 소비자의 중요한 구매동기이기 때문에 '재미'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점도 같다. 스포츠와 영화의 이 같은 유사한 속성은 넓은 의미에서 동일한 소비집단을 표적으로 하다 보니 갖추게 되었겠지만 두 제품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이 둘은 제조공정부터 다르다. 영화는 대본이 있어야 하지만 관람스포츠는 라이브 쇼로 진행된다. 즉 감독 의도대로 만들 수 있는 게 영화라면 스포츠는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모든 플레이는 선수가 만들게 된다.
제품의 유통과정도 차이가 있다. 영화는 오리지날 한편만 만들면 전국의 개봉관에 동시에 복제판을 뿌릴 수 있지만 스포츠경기의 오리지날 판은 그 경기가 벌어진 장소에서만 판매된다. 물론 TV중계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카메라가 따라가는 장면만 봐야 되기 때문에 오리지날 판은 한편밖에 없는 셈이다.
영화와 스포츠경기의 또 다른 차이는 끝 장면에 있다. 영화가 보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끝 장면은 다양한 형태를 취하지만 스포츠경기는 항상 승패의 결정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다.
스포츠와 영화의 이상과 같은 유사성과 차이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제품이 잘 팔리는 시장도 다르다. 영화사업은 국민소득이 낮은 인도에서도 성공하지만 관람스포츠 사업은 유독 인구수가 많은 선진국에서만 크게 번창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선수몸값과 중계권가격, 스폰서십 등이 형성되는 시장은 유럽, 북미, 일본 뿐이다. 인구가 많지 않은 스위스나 싱가포르에도 큰 스포츠 시장이 서지 않는다.
물론 스포츠사업 특히 프로리그는 선진국에서만 번창한다는 사실이 새로운 발견은 전혀 아니다. 또 저소득 국가라도 그곳 소비자가 선호할만한 이벤트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후진국이라고 해서 관람스포츠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일개 구단 운영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제작한 국산영화는 히트작이 속출하는 반면 출범 20년이 지난 우리 프로리그는 아직도 적자의 늪을 헤맨다는 사실이 아쉽다. 작년 월드컵 때는 잠시 잊었지만 여전히 후진국에 살고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희윤 (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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