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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FTA, 농업개혁 계기로

입력
200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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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까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비준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내년으로 이월될 경우 총선거 이전에 타결될 전망도 불확실하다. 예삿일이 아니다. 타결이 되어야 칠레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지금 받고 있는 차별적 대우가 해소되고,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절반을 기록하고 있는 중남미 시장에 대한 활발한 진출 교두보가 흔들리지 않는다.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지역주의 추세에 뒤지고 있는 한국은 FTA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지금은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불투명해 수출확대가 절대 필요하다. 지금 중국시장을 제외하고 나면 미국시장에 대한 점유율은 1987년 4.1%였으나 2002년에는 3.1%로 떨어졌고, 일본에 대한 점유율도 1992년 5.0%에서 2002년 4.5%로 악화되었다. FTA 체결을 통한 시장 확보 및 경쟁촉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경제성장과 수출 증진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FTA는 체결국간 무역자유화를 의미한다. 무역장벽속에 안주하던 계층은 자유화에 대해 반발하기 마련이다. FTA의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자유화의 예외를 요구한다. 칠레와의 협상이 진행되자 국내 농업계는 강력한 반발을 보였다. 농업분야 관세양허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 한·칠레 FTA협상이 1년 넘게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으나, 결국 우리 농업계가 요구했던 사과, 배, 쌀 등을 자유화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370여 개 농산물에 대한 자유화를 DDA(도하개발아젠다·9번째의 다자간 무역협상) 타결이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FTA이행특별법'을 통해 농업에 대한 예상피해액보다 많은 1조2,000억원을 피해보상 및 구조조정을 위해 지원하고 중장기 농업구조 조정을 위한 마스터 플랜의 일환으로 향후 10년간 119조 원의 투융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과거 UR(우루과이 라운드)에 대한 대책으로 국내 농업부문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었으나 농업구조 조정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농산물에 대한 가격지지 정책을 사용하여 공급과잉 등 시장왜곡을 초래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농업인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제공하게 되었다.

단적인 예로, UR 이후인 1995∼2002년간 국내 쌀 수매가격은 26.4% 인상된 반면, 동 기간 중 일본의 쌀 수매가격은 12.8% 인하되었다. 또한 농지전용을 제한한 결과, 영세소농의 탈농 등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농지가격의 하락을 야기하였다. 농가소득도 경쟁력 있는 작목보다 쌀 등 전통 주력작목 생산에 의존하는 방식이 유지되었다. UR때의 구조조정 실패를 크게 반성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2003년 11월 정부의 농업지원 대책과 구조조정에는 농지 소유와 이용 규제 완화, 농가의 농업 외 소득 비중 제고, 첨단생명공학기술까지 활용하는 전업농 육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농업부문의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농을 육성하며 경영마인드를 고취하는 등 기업 부문의 경쟁력 요인을 농업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FTA 정책이 당분간은 농업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는 일본과 싱가포르를 그 대상으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아세안, 미국, 중국 등 농업 수출국과도 FTA를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는 농업분야 구조조정을 제대로 집행해야만 명실상부한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안 충 영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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