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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美요구에 소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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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美요구에 소도 웃는다

입력
200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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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9, 30일 일본과 한국에 대표단을 보내 광우병 발생 직후 취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풀어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가 거절 당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요청에 무척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상식적으로 미국이 수출길을 다시 열려면 자국산 쇠고기 중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쇠고기와 그렇지 못한 쇠고기를 가려낸 뒤 안전한 쇠고기를 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 워싱턴 주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의 살코기가 미국 내 8개 주로 퍼져 회수되지 않은 것은 물론 문제의 광우병 소와 함께 캐나다에서 수입된 70여 마리의 소들의 행방도 아직 묘연한 상태다.

광우병 소가 캐나다 산이라는 미국의 주장도 캐나다측이 반론을 펴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국과 일본이 "먼저 광우병 관련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미국에 밝힌 것은 사실 '국내 수습이나 잘해라'는 가시 돋친 대꾸이다.

현재 미국 국민들은 자국산 쇠고기를 불신, 외면하고 있고 미 언론도 안전한 쇠고기 고르는 법을 독자들에게 안내해주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자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수입금지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같은 주장이 미국 내에서는 통하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남의 나라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서 억지를 부리는 미국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백번을 양보해 이번 요구가 수출길이 막혀버린 미 목축업자 등을 겨냥한 국내용 외교라고 너그럽게 봐주더라도 한국과 일본이 유럽 국가라면 이처럼 당당히 요구했을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이영섭 국제부 기자 younglee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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