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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행정수도 대신 해안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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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행정수도 대신 해안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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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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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신행정수도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굶주린 북한 동포의 탈북행렬이 끊이지 않고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훔치려고 하는 마당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막중대사가 대선과 총선의 득표전략으로 결정됐다.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이 우리가 꿈꾸는 통일조국과 민족의 위상에 역행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토의 환경관리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국가 균형발전에도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수천만평의 산야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는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이다. 모든 도시개발사업이 그러하듯이 이 사업도 오염과 파괴로 이어지는 각종 환경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다. 우리의 국토는 대부분 산지이기 때문에 도시개발과 같이 대규모 정지 작업이 이루어지는 사업은 환경파괴가 특히 심하다. 더욱이 금강 유역은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규모 도시는 하류에 상당한 피해를 유발하게 된다.

행정수도 이전은 고속철 개통과 더불어 수도권을 더 넓은 곳으로 확대하고 지방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시작된 서울소재 대학의 지방 분교 경험을 통해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방에 명문대학의 분교를 세워 교육도시를 만들고 서울의 인구증가를 억제하려고 했던 목표는 완전히 빗나갔다. 아침에 교수와 학생이 함께 서울에서 버스 타고 내려가 공부하고 저녁에 올라온다. 학교 행사는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목요일만 지나면 캠퍼스가 조용하다. 뿐만 아니라 분교를 통한 서울소재 대학의 학생증원은 지방대학의 성장을 크게 저해했다. 과거 명성을 날렸던 지방국립대학에 진학하는 우수 학생들은 해마다 줄어들었고, 일부 지방대학들은 아예 학생조차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와 똑같이,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거주자를 뜨내기 출퇴근자로 만들고 지방 인구만 흡수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얻는 것은 환경파괴와 수도권 확대 그리고 지방의 피폐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이 예산으로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방도시에 고용을 창출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성장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재정난으로 허덕이는 기업에 대해 지방 이전을 전제로 공적자금을 투자하여 회생시키는 것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반도국가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도시는 해안지역에 건설하여야 한다. 해안도시는 내륙에 비해 많은 이점이 있다. 대도시가 건설되어도 하류에 환경피해를 주지 않으며 바다를 이용한 물류수송으로 도로건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적은 환경비용으로 깨끗한 도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물류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시민생활과 산업활동은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충청권 내륙에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보다 목포에서 새만금을 잇는 남서해안 벨트에 중국의 상하이에 버금가는 국제산업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국토균형 발전에 더 큰 효과가 있다. 또한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삼척에서 속초로 이어지는 북동해안 벨트에 해양과 관광 자원에 기초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내륙은 해안에 비해 환경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도시 건설은 앞으로 엄격히 규제하여야 한다. 내륙도시는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현명한 국토관리 방법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공약 사업으로 우리의 국토는 이미 곳곳에 피멍이 들었다. 정치인들이 표 모으는 재미로 각종 개발 사업들을 무모하게 계획하여 국가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국민을 끝없는 환경논쟁에 휘말리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제 제발 공약 없는 선거를 했으면 좋겠다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박 석 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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