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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미래의 헤밍웨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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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미래의 헤밍웨이를 위하여

입력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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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춘문예 응모자들끼리 문답을 주고받는 사이트에서 읽은 보석 같은 글이다.헤밍웨이의 소설이 최악의 혹평을 받고 미국 사회에서 매장되었을 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쓰여졌다. 그 어떤 출판사도 '노인과 바다'를 출간하려 하지 않았고 '노인과 바다'를 출간하기로 결정한 출판사는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했다. 책이 실패하면 출판사는 문을 닫고 직원들은 실직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헤밍웨이를 지켜줄 명망 있는 사람의 서문이 필요했다.

'노인과 바다'의 교정쇄를 읽어보고 바로 나선 사람이 작가 제임스 미치너이다. "헤밍웨이는 최고이다. 그런 것이라면 내가 써주겠다"고 나섰고, 책이 나왔으며 책은 미국 대륙을 휩쓸고 유럽을 휩쓸었으며 결국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제임스 미치너가 '노인과 바다'의 교정쇄를 처음으로 읽어본 곳은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어느 산골, 멀리 포성이 들리고 있는 참호 안이었다.

올해도 당선 통지를 받지 못해 낙담하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올려준 글인데, 내년에는 부디 좋은 글로 좋은 소식듣기를. 글을 쓰는 자에겐 저마다의 앉은 자리가 바로 참호 아니겠는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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