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향, 향숙이가…"―'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은 희생자를 희화화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고 했지만, 이처럼 대사가 회자되는 것은 파급력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한국 영화의 시나리오가 탄탄해지면서 영화 대사는 그 어느 해보다 사실적이며 깊은 통찰력을 가진 것이 많았다. 생생한 대사를 썼으나, 주목 받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경의를!
"아내한테도 잘하고 애인한테도 잘하면 되지. 바람도 못 피우고 마누라한테도 못하는 것보단 백번 낫잖아."
"누나, 그 남자랑 자지 마요. 나도 잘해요."
―'질투는 나의 힘'. 노련한 프로 바람둥이와 순정남의 대사가 확연히 대비된다.
"나, 난생 처음 오르가즘이란 것도 느낀다"
"각자 아버지는 각자 알아서 하자"
"아웃이야"
― '바람난 가족'. 가족에 대한 도발적 질문은 여성의 도발적인 대사를 빌어 표현됐다.
"중요한 건 편지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용물을 담고 있는 그 봉투에요"
―'선생 김봉두'. 구악교사의 완곡하고도 간절한 촌지에 대한 갈망.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밥은 먹고 다니냐"
― '살인의 추억'. 연쇄강간살인범에 대한 증오와 고문한 피의자에 대한 연민이 담겨있다.
"통하였더냐. 통하고 버렸더냐"
― '스캔들'. 복잡한 연애 과정을 단번에 설명하는 압축미가 빛나는 대사.
"그랑께. 우리의 전략은 거시기할 때까지 죽어도 거시기헌다."
"호랭이는 가죽 땜시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뒈지는 겨"
― '황산벌'. 이심전심의 사투리 묘미가 펄떡펄떡! '호랭이…'는 역설이 살아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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