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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너무 매운 "몰수게임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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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너무 매운 "몰수게임 징계"

입력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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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8년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때의 일이다. 이상윤, 박철영, 양상문, 한대화, 양승호, 김정수 등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던 한국이 쿠바와의 우승 결정전에서 1루심의 어처구니 없는 오심으로 석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현장에서 취재했던 필자는 1루심이었던 쿠바심판이 2사 만루 상황에서 자기나라 선수가 때린 내야땅볼을 세이프로 판정하는 바람에 한국에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믿고 있다.뿐만 아니라 대만은 한국보다 나은 전력으로 세계아마야구 정상인 쿠바를 꺾을 수 있는 강팀이었으나 쿠바와의 1차리그에서 몰수게임패를 당해 무너졌던 장면을 허탈하게 지켜봤다. 당시 대만은 1―0으로 앞선 6회에 홈런을 날렸으나 3루심이 타구가 원바운드로 넘어갔다고 판정하며 말썽이 생겼다. 당시 본부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필자나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타구가 외야석 펜스를 넘어 떨어지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하지만 심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인정 2루타로 선언했다. 백주대낮에 승리를 도둑맞을 위기에 처한 대만 감독이 항의하자 주심은 2분후 대만의 몰수게임패를 선언했다. 졸지에 1패를 당한 대만은 이후 힘을 잃고 처져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국제야구연맹은 이 같은 두차례의 명백한 오심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국제야구계가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게 두 차례의 몰수게임이다. 82년 MBC의 백인천 감독과 85년 OB의 김성근 감독이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선수단을 철수 시켜 프로야구사에 단 2차례뿐인 몰수게임패를 당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수준이었다. 두 감독에게 벌금 50만∼100만원에 출장정지 5게임씩, 심판에게는 벌금 20만원에 출장정지 5게임의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당시에 여러 말들이 난무했지만 프로야구의 근간을 흔든 사건은 예상보다 빨리 수습돼 파문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사건을 너무 소홀하게 처리한 탓에 심판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뜬금없이 옛날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지난 20일 프로농구 SBS―KCC전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SBS가 선수단을 철수 시켜 몰수게임패를 당한 일 때문이다. '1996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8년만의 사상 초유의 불상사'라거나 '프로이기를 거부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주류를 이뤘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한국농구연맹(KBL)은 SBS 구단에 벌금 1억원, 이충기 단장에게 2시즌 자격정지를, 이상범 코치에게 3시즌 자격정지를, 3명의 심판에게 1∼3시즌 자격정지 등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이와 더불어 김영기 KBL 총재와 상근이사 2명, 심판위원장은 사퇴를 표명하며 재빠른 사태수습에 나섰다.

이번 불상사를 지켜 보면서 KBL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스포츠가 팬들을 우롱하는 행동을 했을 때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감한다. 다만 KBL이 징계의 수위를 조금 낮춰 상생하는 길을 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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