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통령 측근비리 및 썬앤문그룹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중간수사 발표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장수천 빚 변제과정에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노 후보 있는 자리에서 현금 쇼핑백 건네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문병욱 썬앤문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지난해 11월9일 서울 리츠칼튼호텔 조찬 모임에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노 대통령도 참석했다. 모임에는 이들 외에 노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시중은행 간부 김모씨가 참석했다. 당시 노 후보가 먼저 일어서고 뒤따라 나가던 이씨에게 문 회장이 돈봉투를 건넸다. 이씨는 검찰에서 "노 후보는 돈 받은 장면을 보지 못했고 사후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전에 이씨가 문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모임을 주선한 김씨가 노 후보의 참석을 요청했던 점,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에서 문 회장과 오찬 회동을 가진 사실 등은 노 대통령이 사전 또는 사후라도 자금수수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또 지난해 대선 당시 부산 지역 후원회 이튿날인 12월7일 노 후보의 숙소인 김해 모 호텔을 찾아간 문 회장은 노 후보 측근을 통해 조찬 중이던 노 후보를 따로 만났고, 노 후보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수행비서였던 여택수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에게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 이는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불법 자금을 직접 수수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정황이다.
당 공식자금으로 장수천 빚 변제 사용 지시 검찰은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 이었던 이기명씨의 용인 땅 매입자금으로 강금원 창신성유 회장이 지급한 19억원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결론 내리고 강씨를 추가 기소했다. 19억원은 대선 기간 중 쟁점이 된 장수천 빚 변제에 전액 사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와 안희정씨는 장수천 빚 문제가 야당 공세의 타깃이 되자 이기명씨 소유의 용인 땅을 팔아 채무를 갚는 방안을 노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한다. 강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줄곧 "이는 진정한 매매"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매매를 가장한 무상 대여로,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전 보고를 받을 당시 노 대통령이 불법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은 최도술씨에게 당 공식자금의 횡령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장수천에 대한 연대보증으로 상가 지분을 경매 당한 선봉술씨가 변제를 줄곧 요구하자 노 대통령은 최씨에게 "민주당 부산선대본부에 남아있는 지방선거 잔여금 2억5,000만원을 선씨에게 주라"고 지시했다. 장수천 빚 문제에 따른 정치적 난국 타개를 위해 불법 행위를 직접 지시한 셈이다. 노 대통령의 지시로 2억5,000만원을 빼내 선씨에게 건넨 최씨를 검찰은 이날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해소되지 않은 감세청탁 의혹 썬앤문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한 홍성근 전 국세청 과장이 지난해 손영래 당시 국세청장에게 올린 보고서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메모가 포함됐다. 홍과장은 썬앤문의 세금 추징세액을 171억원부터 71억원까지 4단계로 구분 표시했는데 이중 '171억원'이라는 숫자 밑에 한글로 '노'라는 표기가 적힌 것. 검찰은 "노 대통령 관련 사실을 적은 것 아니냐"고 홍씨를 추궁했으나 "홍씨는 영어로 부정의 의미인 'NO'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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