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29일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관련 '혐의'는 국민들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들이다. 노 대통령은 사실상 비리의 '몸통'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분명히 실정법을 위반했음이 밝혀졌다. 눈앞이 캄캄해진 것은 국민이다. 야당에서 대통령의 진퇴가 운위되기에 이른 국가적 비상 상황이다.노 대통령은 용인 땅의 가장 매매를 통한 장수천 빚 변제 계획을 사전에 안희정·강금원씨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 의혹이 커져도 '호의적 거래'일 뿐이라고 거짓말을 한 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노 대통령이 집사 최도술씨에게 지시, 민주당 부산 선대본부가 보관 중이던 지방선거 잔여금 2억5,000만원을 빼내 장수천 사업으로 손해를 본 선봉술씨에게 주도록 했다는 대목에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해 대선 때 썬앤문 문병욱 회장이 자신의 수행팀장에게 3,000만원을 건네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에 앞서 문씨가 자신의 오른팔인 이광재씨에게 1억원을 건네기 직전에도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은 돈의 전달 현장마다 있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실로 감내하기 어려운 도덕적 손상을 입었다. 노 대통령은 측근비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이런 사실을 감추려 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재신임 카드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 이유도 분명해졌다. 야당이 탄핵안을 꺼내 든다 한들 뭐라 할 것인가.
노 대통령은 최근 썬앤문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마무리되면 심경, 몸통 여부, 책임 범위에 대한 판단 등을 밝히고 국민 심판을 받겠다"고 했다. 지금이 그때라고 본다. 특검이 끝날 때를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검찰의 방문조사도 청해 국민적 의혹을 우선 풀어야 한다. 특검수사는 그것대로 철저히 하면 된다.
노 대통령은 이제 '10분의 1' 발언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를 깨닫고 통렬히 반성할 때다. 정치적 승부수는 안 된다. 정치적 안위만 생각할 때가 아니다. 야당도 노 대통령의 '하야'부터 입에 담을 것이 아니며, 그의 잘못을 구실 삼아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피하려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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