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가 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16년째 자선사업을 통해 500여명의 학생들을 지원해온 사실이 알려져 세밑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선행의 주인공은 식품유통업체 에이합스의 대표 김기봉(48)씨. 그는 1987년 자신의 고향인 전북 군산 출신으로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에게 장학금 50만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초·중·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선행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극구 꺼려 왔으나 결국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4세 때 아버지를 여읜 김 대표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고교를 중퇴한 후 78년 맨몸으로 상경해 구두닦이, 미싱보조 등 궂은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가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87년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도움으로 전북 군산 대우자동차 공장의 구내식당운영을 하청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때 모은 돈을 밑천으로 서울 구로공단에 가방 공장을 차려 한창 때는 직원 1,000명을 거느릴 정도로 사업을 일구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에이합스는 미국, 일본에서 식품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운수업체인 경부종합유통을 인수해 회장에 취임했다.
김씨가 남모르게 선행에 나선 것은 자신처럼 불우한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주위에서 골프를 같이 하자는 제의를 자주 받지만 수업료를 내지 못해 쩔쩔매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차마 골프장에 나가지 못한다"면서 "자선 사업을 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계 진출같은 개인 목표를 위해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가슴이 몹시 아프다"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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