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은 수출 호조에 따른 생산 증가에도 불구, 소비와 투자가 더욱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 내년 경제전망을 어둡게 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가 무려 1년 가까이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해 가계 구매력 복원이 최대 경제현안으로 떠올랐다.소비 침체와 투자 부진의 악순환
수출 증가세의 지속으로 실물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소비와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소비지표인 도·소매 판매지수는 116.0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7%나 감소하며 9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1998년 11월(-8.0%) 이후 최악이다. 특히 전달 소폭의 증가세로 돌아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의 징후로 기대를 모았던 도매 판매는 기타 산업용 중간재(-7.8%), 음식료품(-5.0%), 기계장비(-3.1%) 등의 판매 감소로 3.6% 줄어 역시 98년 11월(-4.1%)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때문에 최근의 내수 위축이 기업 대상의 산업용 중간재와 기계장비의 판매 부진 등 투자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매(-2.9%)와 내수용 소비자출하(-9.5%)도 10개월째 감소했다. 누적된 가계 부실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데다 가계 신용공급 축소로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고용 악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도 소비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호조 속에 내수 회복이 제한되는 양극화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회복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소비 위축은 내수 기업과 서비스업 등의 투자 부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비자금 정국과 총선 등 정치불안과 노사 대립의 영향으로 일부 수출기업을 제외하곤 신규 투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동월대비 8.1%나 줄며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기계수주(-11.2%)와 국내건설수주(-15.1%)도 감소세로 반전했다.
통계청 김민경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증가세는 내년에도 지속되겠지만, 내수가 회복될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광우병과 조류독감 등의 영향으로 12월에도 소비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경제부 김대유 경제정책국장은 "총선을 앞둔 정치 불안과 주5일제 실시에 따른 노사분규 우려 등으로 기업들이 공장가동률만 높이고 설비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에도 당분간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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