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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육식문화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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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육식문화의 함정

입력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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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자리에서 닭고기 요리가 보이자 누군가 "조류독감 나왔다"고 농담을 한다. 그러자 제육볶음이 나올 때는 "콜레라", 쇠고기 요리에는 "광우병"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엄동설한에 이게 웬 말인가. 창궐하는 질병도 겨울이 되면 수그러질 터인데 조류독감이 전국을 휩쓸어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죽어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미국의 광우병 쇼크가 우리의 부엌과 식당을 뒤덮고 있다. 이제 고기 없이는 한끼도 그냥 갈 수 없는 식 습관에 젖은 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이 소동을 보면서 공장형 농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양계장은 닭이나 달걀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이다. 양돈장도 그렇고 소사육도 비슷해졌다. 작은 면적에 많은 동물을 가둔 뒤 가공사료를 주며 빨리 자라게만 한다. 전염병이 돌면 순식간에 퍼지니 항생제를 써야 한다. 광우병의 발원지인 영국에서는 소의 뼈나 내장을 다시 소의 사료로 만들어 먹였다. 송아지나 병아리가 사료와 함께 원료로 투입되어 제품이 되어 나온다. 이제 벌레를 주워먹으며 자라는 닭이나 논두렁에서 풀을 뜯으며 자라는 소를 보기란 어려워졌다. 동물의 삶에서 자연은 거의 박탈되었다.

■ 과거 동물 농장은 자연순환적이었다. 적절한 양의 가축 배설물은 퇴비가 되었다. 그러나 공장형 농장에서 나오는 다량의 배설물은 지하수와 강의 자정능력을 무력화한다. 우리나라의 강은 물론 바다오염의 큰 몫이 바로 축산 폐수이다. 그뿐 아니다. 공장형 농장에서는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한다. 땅이 좁은 나라에서 이 방법이 아니라면 동물을 이렇게 많이 길러 낼 수가 없을 것이다. 공장형 축산과 농산물 수입자유화가 우리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풍요로운 육식문화 속으로 이끈 것이다.

■ 문제는 광우병처럼 공장형 농장에서 나온 식품의 안전성이다. 공장형 농장은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항생제를 쓰고, 점차 호르몬제를 쓰게 될 것이다. 고기에 함유된 그 잔류물질의 영향을 아직은 잘 모른다. 환경주의자들 중에는 이렇게 동물을 길러서 얻은 고기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주장한다.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은 "자연 속에서 삶을 즐긴 동물의 고기가 우리 건강에도 좋다" 고 말한다. 그러나 유기농으로 키운 동물성 식품은 값이 비싸고, 정확히 확인하기도 어렵다. 좋은 방법은 동물성 식품을 덜 먹는 것이다. 그래야 몸도 자연도 더 건강해질 것이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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