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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열전/한글과 컴퓨터 "아래아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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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열전/한글과 컴퓨터 "아래아 한글"

입력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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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상에서 우리 말을 제대로 쓰고 표현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는 없을까." 1988년 서울대 공대 재학 중이던 이찬진(현 드림위즈 대표) 씨의 관심은 한글다운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컴퓨터를 사면 '보석글'이란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지만, 외국 소프트웨어를 한글화한 것이라 불편하고 어색한 점이 많았다.그 해 겨울 이 씨는 동아리(컴퓨터 연구회) 후배였던 김형집, 우원식씨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고, 98년4월 첫 작품에 성공했다. 훗날 한글 워드프로세서 차원을 넘어 토종 소프트웨어의 대명사로 꼽힌, 그리고 많은 젊은 이들에게 벤처의 꿈을 심어줬던 '아래아 한글'이 탄생한 것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정신을 잇는다는 취지에서 지었다는 '아래아'란 이름에서부터 애국적 멘탈리티를 느낄 수 있다.

방위병 복무 중이었던 이 씨는 90년 '한글타자의 아버지' 공병우 박사로부터 4평짜리 사무실을 빌려 현재의 한글과 컴퓨터(한컴)를 설립했다.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아래아 한글' 시리즈가 속속 개발됐고, 확장자(.hwp)가 워드프로세서의 고유아이콘이 될 만큼 컴퓨터 사용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시장점유율은 80%를 넘어섰고, 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에도 한 자리를 차지했을 만큼 '국민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불법 복제품의 범람 속에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심각한 자금난이 찾아왔다. 98년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투자를 받는 대신 '아래아 한글' 개발을 포기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글을 외국기업에 판다?' '한글을 버리는 대가로 MS 돈을 받는다?' 여론은 들끓었고, 대대적인 국민적 지원 속에 '아래아 한글'은 토종기업, 토종소프트웨어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자금난 해소와 경영권 안정에도 불구, 외환위기 이후 '아래아 한글'은 과거 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 뿐 아니라 엑셀 파워포인트 등까지 패키지(MS오피스)로 제공되는 MS의 파상적 시장공략에 힘겨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자본의 힘으로 시장을 휩쓸어버리려는 MS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만, 그렇다고 애국심만으로 시장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컴은 최근 오피스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제품을 출시, 시장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넥셀과 한컴슬라이드 등을 발전시킨 한컴 오피스를 통해 '아래아 한글'의 옛 점유율을 다시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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