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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IT 2003/휴대폰·디카 "환호" PC·SI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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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IT 2003/휴대폰·디카 "환호" PC·SI업계 "한숨"

입력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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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국내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정보기술(IT)업계는 사상 최고의 수출액 기록을 매월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에 힘을 불어넣었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로 세계 시장을 선도했다.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도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PC업체들은 1년 내내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시스템통합(SI)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 한 해 IT 업계의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인터넷대란… 세계 10억弗 피해

1월25일 오후2시 마이크로소프트(MS) SQL 서버의 취약점을 이용한 'SQL 슬래머 웜'에 의해 국내 대부분의 인터넷이 불통되는 '1·25 인터넷대란'이 일어났다. 당시 외신은 전세계적으로 슬래머 웜에 의한 피해가 10억 달러(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바이러스 공포는 8월 블래스터 웜과 소빅.F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되살아났다. MS 윈도의 치명적 취약점을 이용한 블래스터 웜은 다시 한번 MS를 곤경에 빠뜨렸고, 소빅.F는 하루에만 수십∼수백개의 바이러스 걸린 스팸메일을 퍼부었다. 각국 정부들은 MS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했고, MS도 보안 강화 정책을 천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그러나 아직도 각종 프로그램의 보안 취약점이 계속 공개되고 있고, 이를 노린 웜 바이러스도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어 바이러스 공포는 계속될 전망이다.

홈네트워크 기기 속속 출시

올해 디지털 기기 제조업계의 화두는 컨버전스(융합, 결합)였다. 가정에서 모든 디지털 기기를 쉽게 제어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가 차세대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가전제품처럼 리모콘으로 조정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PC'(사진)가 선보였고 전통적 PC업체들이 디지털 가전제품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에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유무선, 통신·방송 결합서비스가 출시되면 컨버전스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디카 돌풍 고화질 경쟁 치열

올해 국내 경제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카메라와 카메라폰은 유래 없는 호황을 누렸다. 올림푸스, 소니, 삼성 등은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였으며, 이에 따라 3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디카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카메라폰도 고화질 경쟁을 벌여 4분기 이후 130만 화소 카메라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이에 따라 내년 이후에는 카메라폰 시장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닷컴 깜짝실적 "제2의 열풍"

1999∼2000년에 이은 '제2의 닷컴 열풍'이 분 한 해였다. NHN, 네오위즈, 다음, 옥션 등은 올 상반기 '닷컴 4인방'으로 부상하면서 코스닥 시장을 이끌었다. 이들의 주가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놀랄 만큼 성장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부터였다. 올해 초 5∼6만원 대였던 NHN의 주가는 4월께부터 급격히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하더니 7월에는 20만원이 넘을 정도로 상승했다. 덕분에 NHN의 초창기 멤버 등은 억대 부자가 되기도 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닷컴 기업들의 주가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지금도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온라인음악 진통끝 유료화

연초부터 시작된 온라인음악 사이트 유료화 논란이 연말까지 이어졌다. 음반사들은 '세계적 대세'와 '음반산업 살리기'를 이유로 유료 서비스를 주장하고 벅스뮤직(사진)은 네티즌의 성원을 업고 무료 서비스 지속을 고집했다. 음반사들은 민형사상 고소와 고발, 서비스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무기로 벅스뮤직과 소리바다 등에 압력을 가했고, 소리바다는 결국 유료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애플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의 대성공으로 온라인음악 유료 서비스가 정착되기 시작해 음반사들의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네티즌, 대중문화 흐름 주도

지난해 붉은 악마, 대선, 여중생 추모행사등을 통해 여론을 이끄는 주체로 등장한 네티즌들은 올해 대중문화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해 나가는 세력으로 부상했다.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을 가리키는 '얼짱',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통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현장에서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을 말하는 '플래시몹', 당근송, 우유송 등 어린이 네티즌 사이에 유행한 발랄하고 유쾌한 노래를 가리키는 '엽기송' 등이 모두 네티즌이 창조해 낸 문화 키워드다. 수많은 인터넷 소설이 쏟아져 나왔으며, '다모 폐인'과 '안티 인어아가씨'는 공중파 드라마에 미치는 네티즌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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