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정권 시절 탄압을 받아온 쿠르드족이 최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이라크의 종족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자치권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관할 지역을 넓히려는 '남진(南進)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과도통치위원회의 쿠르드족 위원들은 과도법률이 북부의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 대해 천연자원 통제권과 이라크군 이동 거부권 등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쿠르드족은 "자치권이 과도법률에 명시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아랍계 과도통치위원들은 쿠르드족의 제안을 반대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현재 18개 주로 구성돼 있는 이라크의 정치체제가 3∼5개 권역의 연방제로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다.
1980년대 후세인 정권의 학살로 수 천 명의 희생자를 냈던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어느 정도 자치권을 얻은 데 이어 이번 기회에 실질적 자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라크 인구의 15∼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2005년 인구비례에 따른 총선이 실시되기 전에 자치권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라크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 아랍인들이 연방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쿠르드족은 또 자치지역을 현재의 3개 주에서 6개 주로 넓힌다는 목표를 정했다. 쿠르드족은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가 속해 있는 타밈주를 자치지역으로 편입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쿠르드족은 자신들이 과거에 많이 살던 지역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석유 등 경제 이권이 많은 곳을 차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아르빌과 술레이마니야를 각각 관할하고 있는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은 경쟁적으로 남진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저항세력의 주축을 이루는 수니파 등 다른 종족들이 반발하고 있어 키르쿠크, 모술 등 쿠르드족 자치지역 경계선에서의 종족 갈등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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