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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대장금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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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대장금은 바로 나"

입력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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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대통령은 폴렌타(걸쭉한 옥수수죽)를, 존슨 대통령은 오븐에 구운 바닷가재 요리를 좋아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모든 이탈리아 요리를 즐겨 먹었다." 제36대 존슨부터 제40대 레이건까지 5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을 모신 백악관 요리사 앙리 할러(사진)가 최근 스위스 국제라디오 방송을 통해 20년간의 백악관 경험을 털어놓았다.스위스인으로 1966년 당시 뉴욕의 앰배서더 호텔에서 일했던 할리는 그의 요리에 반한 존슨 대통령의 부인에게 낙점 받아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는 5명의 대통령의 식사를 책임 진뒤 86년 은퇴했다.

처음 그의 백악관 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가 미국식 요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리장으로 부임해 첫 요리 과제로 미국식 감자샐러드와 잘게 썬 양배추 샐러드를 주문 받았지만, 요리 방법을 몰라 몹시 당황했다. 또 서부 출신인 존슨 대통령은 텍사스 스타일의 바베큐를 좋아했는데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운 그는 이에 능숙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결국 이 요리는 텍사스에서 온 다른 요리사가 만들었고, 할러는 당황한 나머지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할러는 역대 대통령 부인들은 주방에 들어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퍼스트 레이디들이 남편의 당선 직후 대통령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요리법을 적어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을 물러나던 날이다. 그는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던 날 아침 7시30분 맨발에 파자마 바람으로 주방에 들어와 악수를 하며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온갖 음식을 먹어봤지만 당신이 최고요'라고 말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스위스 우리 주의 조용한 마을 알트도르프에서 태어난 할러는 갖가지 요리에 능한 할머니와 어머니에게서 영향을 받아 14세 때 전문 요리사로 나서겠다고 결심했다. 유럽의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 캐나다 몬트리올의 리츠 칼튼 호텔을 거친 그는 1953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도 백악관 요리장 등으로 명성을 더욱 키워나갔다. 87년에는 대통령들이 좋아하는 메뉴 250가지를 소개한 책을 쓰기도 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제네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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