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가 모여있는 과천 관가에서 농림부는 외톨이다. 재정경제부나 산업자원부 등이 시장원리에 따른 농업개방과 구조조정을 주장할 때마다, 농림부는 '농업은 시장원리가 통하지 않으며, 농업정책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며 맞서왔다. 농림부 관계자는 "경제원리만 아는 관리들이 농업을 망치고 있다"고 흥분하곤 했다.그런데 농정의 현장성을 강조하던 농림부가 최근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광우병 파동으로 쇠고기 수급우려가 제기되자, 허상만 장관이 직접 나서 "시장원리에 따라 쇠고기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년에는 쇠고기 수요가 감소하고 재고도 충분하며, 부족분이 발생하더라도 호주에서 수입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는 게 주장이다.
농림부의 주장은 오류투성이다. 농림부는 쇠고기 재고가 4개월 사용분인 10만5,000톤에 달한다고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산이다. 서류상으로는 재고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재고가 아니다. 호주에서 부족한 쇠고기를 충분히 수입할 수도 없다. 농림부는 미국의 쇠고기 수출이 중단되면, 연간 83만톤의 수출용 쇠고기는 미국 내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 연간 100만톤을 수출하던 호주와 뉴질랜드는 쇠고기 수출이 격감해, 한국이나 일본을 찾아와 쇠고기 수입을 간청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사람들은 광우병이 무섭지 않겠느냐"며 "안전한 호주산 쇠고기를 찾는 미국 사람들이 늘면서 호주산 쇠고기 수입이 급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허상만 장관은 "광우병이 발생한 워싱턴주를 포함한 모든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먹어도 된다"고 말했으나, 주한 미군은 워싱턴주 쇠고기를 폐기 처분하고 있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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