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공천을 앞둔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이재오 사무총장의 '5·6공 청산론'이 불씨를 던졌고 "지역구 의원 30% 이상이 공천탈락 가능성이 있다"는 당무감사 결과가 동아일보에 보도되면서 기름을 끼얹었다. 그 바람에 29일 상임운영위 회의장과 의원총회장은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모두 이 총장이 관련된 일이어서 '음모론'에 '이 총장 문책론'까지 제기됐다.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중진들은 '5·6공 청산론'을 일제히 성토했다. 이해구 의원은 "지금의 시대정신은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라며 "그런 마당에 핵심당직자가 인위적 청산을 얘기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박근혜 의원도 "우리 스스로 역사의 발판을 부정하면 지지를 호소할 명분이 없다"고 거들었고, 신경식 의원은 "야당이 앞장서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지도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에 최병렬 대표는 "5·6공을 제거한다는 것은 망발", "몇선, 나이, 5·6공 때 뭐했냐 하는 것은 시비대상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분위기는 운영위와 의총장으로 이어지며 더욱 격화됐다. 백승홍 의원은 운영위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당무감사 결과 유출을 겨냥, "XXX들, 당을 사당화하려고 하는 거야 뭐야. 장난을 쳐도 유분수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이규택 의원도 이 총장에게 삿대질하며 "이재오, 해명해봐"라며 윽박질렀다. "당직자들은 왜 대부분 A, B등급이냐", "책임자는 당직을 박탈하고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성과 욕설에 뒤섞였다. 또 다른 운영위원은 "이번 자료는 폐기한다고 해도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이 총장은 "위원들에게 심려를 불편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최 대표는 "자료를 폐기하고 심사 자료로 일절 사용하지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성난 의원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의총장에서 안택수 의원은 "지도부가 당을 부셔놓고 선거를 망쳤다"며 "이 총장은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이해봉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성토를 이어갔다. 박승국 사무부총장은 당무감사 자료유출과 관련 의원들의 성토가 자신에게 집중되자 "나는 그것을 보지도 못했다. 지금 이 당은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가 다하고 있지 않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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