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영화계는 '스크리너' 스캔들의 해였다. 스크리너는 매년 연말 수상시즌에 메이저들이 오스카 회원과 감독노조 등 영화계 각 분야 노조회원 및 비평가 단체에게 보내는 영화 비디오나 DVD를 말한다. 메이저들은 지난 9월 이것이 해적판 복사용으로 사용된다며 발송 중단을 발표했고 자사 작품의 오스카상 등 각종 상을 받을 기회를 스크리너에 의존하다시피 해 온 독립영화사(인디)들이 크게 반발,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올해는 메이저와 인디 등이 모두 재미 있고 질 높은 영화를 많이 내놓았으며 뛰어난 기록영화가 예년에 비해많아 눈에 띄었다.나름대로 올해의 베스트 10을 순서대로 꼽아 보았다.
1. '21그램'(21Grams)과 '미스틱 리버'(Mystic River·사진) 둘 다 어두운 내용을 지닌 숀 펜 주연의 비극. '21그램'은 교통사고를 둘러싸고 피해자의 가족과 사고를 낸 사람의 가족이 빚어내는 죽음과 속죄와 구원, 희망의 얘기. '미스틱 리버'는 죽마고우 3명이 한 친구의 어릴 적 어두운 경험 때문에 커서도 겪는 후유증을 다루었다.
2. '도쿄에서의 방황'(Lost in Translation)'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의 딸 소피아 감독의 작품. 20대 초반의 새색시(스칼렛 조핸슨)와 50대 영화배우(빌 머리)의 영혼의 방황과 감정의 연계를 쓸쓸하고도 코믹하게 그렸다.
3.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인간에게 잡혀간 아들 물고기를 구출하기 위해 바다 밑 대장정에 나선 아버지 물고기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4. '기차를 탄 남자'(Man on a Train) 도시에서 은행강도를 하려고 시골로 내려온 중년 남자와 그를 식객으로 맞아 들인 은퇴한 노교사의 관계를 다룬 프랑스의 시적 갱 영화.
5. '이 세상에'(In This World)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촌을 떠나 대륙과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소년의 모습을 강렬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영국 영화.
6. '야만인들의 침입'(The Barbarian Invasions) 죽음의 침상에 누운 자유혼을 지닌 대학교수와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 보내려고 그의 주위에 모여든 가족과 친구와 과거 연인들이 엮어내는 죽음을 통한 감동적인 삶의 찬양. 캐나다 영화.
7. '아메리칸 스플렌더'(American Splendor ) 클리블랜드의 괴짜 만화가 하비 피카의 삶을 실제 배우와 만화, 피카소와의 인터뷰 등을 섞어 묘사한,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혁신적인 작품.
8. '신의 도시'(City of God)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의 달동네에 사는 소년 조폭들의 살육과 마약 장사를 기록영화 형식으로 다룬 충격적 논스톱 폭력액션. 브라질 영화.
9. '모래와 안개의 집'(House of Sand and Fog) 이란 회교혁명 후 미국으로 이주한 전직 공군 대령(벤 킹슬리)이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인 집을 경매로 사면서 세금체납으로 이 집에서 쫓겨난 불행한 젊은 여인(제니퍼 카넬리)과 집을 놓고 무기 없는 전쟁을 벌인다.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의 비극을 다룬 강렬한 드라마.
10. '존재와 소유'(To Be and To Have) 프랑스 시골의 한 교실 학교에서 나이가 서로 다른 10여 명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중년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 시골 생활을 조용하게 그린 프랑스 기록영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