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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무모한 범행… 고개떨군 中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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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무모한 범행… 고개떨군 中동포

입력
200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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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줄 알았지만 돈이 떨어져 얼어죽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재중동포 최모(29)씨는 27일 오전 1시50분께 손도끼와 쇠톱 등 절삭도구와 현금을 담을 손가방을 등에 멘 채 서울 중구 충무로4가 K은행 충무로역 지점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지점 외부에 설치된 현금인출기 7대 중 2대를 손도끼와 쇠톱으로 마구 부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출기가 충격을 받자 곧바로 경비시스템이 작동해 경찰과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즉각 출동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최씨는 급거 출동한 중부경찰서 충무지구대 소속 양모(25·여)순경이 현장에 도착하자 당황한 나머지 들고 온 가방과 도구 등을 모두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최씨는 양 순경의 추격을 뿌리치고 30m가량 도주했지만 결국 추격한 양 순경과 새로 가세한 경비업체 직원에게 붙잡혔다. 이 때 시각이 오전 1시53분. 훔치려던 돈은 구경도 못하고 범행한 지 3분여 만이었다. 경찰은 "최씨는 도심 한복판에서 '원시적 도구'들을 이용해 인출기를 통째로 부수려 했다"며 "이렇게까지 무모한 범행을 꼭 해야 했는지…"라며 혀를 찼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는 2000년 8월 단기 체류비자를 받아 부산을 거쳐 인도네시아로 가는 통과여객으로 입국, 부산항에서 무단 이탈한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서울 시내 식당 등에서 일해왔다. 그러나 최씨는 최근 정부가 불법체류 단속을 강화하자 이를 피하려고 서울 남영역 일대 고시원 등지에서 숨어 지내다 돈이 떨어지자 현금인출기를 털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고시원 월세가 밀린데다 생활비가 바닥나 8,000원밖에 안 남았다"며 "경찰에 들킬 것은 알았지만 당장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어 자포자기 심정이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최씨는 28일 특수절도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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