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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애는 안피우겠지"/청소년 흡연… 방학을 금연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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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애는 안피우겠지"/청소년 흡연… 방학을 금연시기로

입력
200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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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방학을 맞거나 수능시험을 끝내면 평소 미뤄왔던 병원 진료나 수술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질병치료나 성형수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청소년의 흡연문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남자 고등학생은 4명 중 한명(22.1%)이 담배를 피울 정도로 청소년 흡연율이 높지만 부모가 "이번 방학에 담배를 끊자"고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방학이면 친구들과 학교 밖에서 어울려 다니며 안 피우던 담배를 배우기도 한다. 이번 방학을 자녀가 금연하는 시기로 만들어 보자.우리 아이도 흡연자?

부모는 자녀의 흡연사실을 가장 늦게 알곤 한다. 학교에서 적발된 뒤에도 아이들은 흔히 "부모에게는 알리지 말아주었으면…"하고 바란다. 부모에게 실망을 안기고 갈등을 겪을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에선 담배를 꼭꼭 숨긴다.

때문에 부모는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아이의 흡연 여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밖에서 들어온 아이를 안으며 머리카락이나 입, 손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지 한번쯤 눈여겨 보자. 흡연자는 냄새로 다른 사람의 흡연 여부를 잘 모르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쉽게 눈치를 챌 수 있다.

절대적 원칙은 대화

자녀가 담배를 피우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부모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피해야 할 첫번째는 무조건 닦달하는 것. 이는 자칫 자녀의 반항과 가출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한 태도다. 두번째는 남편에게는 쉬쉬하면서 엄마 혼자 끙끙 앓는 것. 자녀의 흡연 문제는 부모 중 한쪽의 책임이 아니라 부모, 교사가 공동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부모는 절대적으로 자녀와 대화의 통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흔히 호기심과 스트레스에 대한 다른 대처법이 없다는 이유로 담배에 빠지므로 먼저 아이에게 "네가 담배를 피울 만큼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몰랐다" "그동안 혼자 힘들었구나"라는 위로를 건네야 한다. 이어 "실망스럽지만 잠시 실수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수이며 네가 잘 끊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전문가를 찾아라

전문의들은 하루 흡연량이 5개피 이하이면 자발적으로 금연이 가능하다고 본다. 청소년들은 흡연량이 많지 않아 남고생의 55.2%, 여고생의 72.8%가 5개피 이하다. 부모와 대화로 금연 결심을 했다면 가까운 시일로 금연 날짜를 정해 담배와 라이터, 재떨이 등을 모두 치우고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도록 한다.

하지만 중독성이 높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한 뒤 약물의 도움도 얻을 수 있다. 먹는 약(부프로피온)은 청소년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쓸 수 없지만 금연 패치는 쓸 수 있다. 또 큰 병원의 금연 클리닉을 찾아 일산화탄소 농도측정이나 소변검사를 통해 금연 여부를 확실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친구관계를 조절하라

청소년을 금연으로 이끄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자발적 동기가 없다는 점이다. 어른들은 중독이 심해 끊기가 어렵지만 자기 건강을 스스로 절감, "끊어야지"라는 생각만은 보편적이다. 반면 청소년은 "꼭 끊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많다. "60대에 폐암에 걸려 죽을 수 있다"고 해도 "40∼50년 뒤의 먼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청소년 흡연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또래집단이다. 부모가 친구관계에 개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당분간 흡연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만나지 않도록 하거나, 부모들끼리 연합해 자녀들을 함께 금연클리닉으로 보내는 전략을 조심스럽게 쓸 필요가 있다. 교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

아이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담배의 해악은 냄새가 나거나 치아가 변색돼 외모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결과적으로 이성에게 매력이 떨어진다 성기능도 저하한다는 등이다.

예방접종과 추가접종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아예 피우지 않도록 하는 예방교육이다.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것은 초등학생부터이므로 이 때부터 담배가 얼마나 안 좋은지를 교육시켜야 한다. 또 중·고생에게도 교육을 반복해야 한다.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도록 예방접종과 추가접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담배에 대한 혐오감이 각인돼 있을 때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미국에는 '싫다고 말하기(say no) 프로그램'이 있다. 친구가 담배를 권할 때 "난 싫어"라고 말하는 습관을 교육시켜 어쩌다 담배에 빠져드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도움말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서홍관 박사·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김철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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