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주식인 삼성전자가 최근 43만 원대까지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기술주의 전망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주는 내년에도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 달 중순에 미국 월가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기술주의 '거품론'을 제기하면서 공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 외국인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가 전개되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에서도 기술주를 둘러싼 엇갈린 전망들이 쏟아졌다.
기술주의 모멘텀 약화
올해 종장을 며칠 앞두고 국내 증시가 780선대로 추락하자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업종의 모멘텀 약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기전자업종은 26일 모처럼 올랐지만 이 달 들어서만 5.2% 하락했다. 삼성전자 역시 외국인들이 6,97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이달 초에 비해 5.3%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가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9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이 달 들어 7.4% 빠졌다.
기술주의 약세는 연초 매출둔화에 따른 계절적 이유로만 설명하기에는 폭이 너무 크고 지속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미국 IT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올해 86%에서 내년에는 33%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IT업종의 모멘텀 약화가 상당기간 지속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기술주가 너무 많이 오른 가운데 기업 실적이 달러 약세와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과장됐다는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세계 2위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지만, 달러가치 하락분을 감안하면 매출 증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존행콕 테크놀러지 펀드의 매니저인 앨런 로웬스타인은 "달러 가치 하락속도가 앞으로 완화할 것으로 보여 IT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장세를 매수 기회로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약세는 "올해 크게 오른 데 대한 조정"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올해 기술주 상승세는 경기 급반등에 따른 기업의 실적개선에서 비롯된 것이며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스닥이 연초 대비 43%가 올라 사상 2번째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내년에도 기대하긴 힘들지만 기술주의 성장세가 다른 업종들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 기술주들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해 고평가 우려가 있지만 과거 IT투자가 증가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아직도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IT투자가 4년 만에 재개되면서 글로벌 테크랠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주의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가 120일선까지 내려 앉는 등 내년 초까지 기술주의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기술주의 이익개선은 올해 만큼은 아니지만 내년 1분기에도 높은 수준으로 진행될 전망이기 때문에 조정장세를 우량 기술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 하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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