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양극화'로 요약할 수 있다.경기 및 증시를 판단하고 전망하는 잣대를 놓고 어느 해 보다 외국인 투자가와 국내 투자가 사이의 시각이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 점이 두드러진다. 주식을 사고 파는 수급 구조로 볼 때 외국인과 국내투자가의 대립구도 고착이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시장간, 업종간, 종목간 차별화가 시장의 화두가 된 점도 특징이다. 거래소시장이 연초보다 27.0% 올랐지만 코스닥시장은 오히려 1.8% 하락하는 정반대의 지수 수익률을 보이며 시장간 차별화가 진행됐다. 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 효과(China Effect)' 여부에 따라 업종간 극심한 주가 차별화와 업종내 선발주자와 후발 주자간의 차별화도 어느 때보다 확대됐다.
우리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변동 상황을 정리해 보면 2003년 주식시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첫째, 글로벌 증시 상승의 영향과 수출 신장 그리고 코스닥 기업의 거래소 이전 등으로 거래소시장의 시가총액이 2002년 말 대비 34.3% 증가한 반면, 시가 총액 상위 5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의 42.3%에서 36.3%로 6.0%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톱 5종목군의 시장 지배력이 다소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서비스 섹터의 시가비중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국민카드와 합병한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은행 등 상대적으로 카드비중이 적은 은행주의 연초대비 주가 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초과하고(Outperform) 있다. 이는 카드채 문제가 금융권 전반으로 파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셋째, 2003년 주식시장의 주가 상승을 주도한 대표적인 종목들로 현대자동차, 삼성SDI, 현대모비스, 신세계, SK(주)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이들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이익의 안정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 개선도 동반하고 있으며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넷째, 이러한 이익의 안정적인 성장 및 질적 개선에 의한 주가 재편은 시가총액 중위권 종목군내에서 경기 회복 모멘텀이 부각된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이익 개선이 수반된 해운주, 조선주, 화학주, 철강주, 내수대표주 등 전통산업군이 시장 전면으로 부상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정보기술(IT)업종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PDP등 디스플레이산업을 중심으로 특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의 주가 조정이 연말 특수성으로 인한 일시적인 수급 불일치와 관망 분위기 확산, 그리고 계절적 요인에 의한 IT모멘텀의 부재 등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 조정 이상의 확대 해석은 삼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조정이 2004년 실적 전망에 기초한 주가 차별화 진행이라는 흐름을 훼손할 만한 수준은 아닌 만큼, 추가적인 조정을 2004년 업황 및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종목군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류 용 석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시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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