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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서울대가 최고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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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서울대가 최고는 아니잖아요

입력
200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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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학년도 대학입시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수험생들이 국내 최고의 명문대인 서울대 진학을 자진 포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결단은 의예과 등 상위 인기학과 지망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대 등록을 포기하는 것과는 달리 학벌주의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 이들의 작은 시작이 '학벌타파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맹목적인 명문대 추종은 싫다

올해 서강대 2학기 수시모집(국제문화2계)에 합격한 최영선(19)군은 요즘 '고등학생, 대한민국 교육을 씹다'(가제)란 책 준비에 여념이 없다. 경기 안성 안법고 2학년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서울대 안가기 운동본부'(www.antisky.su.st)를 운영해온 최군은 "점수가 되는데도 서울대를 포기하고 소신껏 서강대에 지원해 합격했으니 일단 '서울대 안가기' 약속은 지킨 셈"이라며 "하지만 서강대 역시 학벌체제의 하나로 여겨질 수 있는 만큼 고교 시절 학벌문제에 관해 썼던 글들을 모아 그동안 가졌던 생각들을 정리해볼 참"이라고 말했다.

최군이 '서울대 안가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고교 2학년 때 진로상담을 받다 문득 대학간판이 적성이나 희망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서울대 안가기'란 도발적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그는 "'안티 서울대'라기보단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맹목적인 명문대 추종과 배타적인 학벌체제를 비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군의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영선이가 올 수능에서 전교 1∼2등의 성적을 거둔데다 농어촌입학전형 대상자에도 해당돼 서울대 진학은 떼놓은 당상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최군은 그동안 고교생 신분으로 해온 '서울대 안가기 운동'을 보다 책임있는 '학벌타파 운동'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할 땐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정말 서울대 안갈거냐'며 날 괴짜로만 봤지만 지금은 못마땅해 하시던 부모님도 든든한 내 편이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서울대 안가기 운동본부도 '학생 스스로 먼저 변하자'는 당초 취지에 맞게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칼럼니스트 홍세화씨를 가장 존경하고, 노엄 촘스키같은 위대한 언어학자가 꿈"이라는 그는 "이 땅의 모든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학벌체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성보다 적성을

서울대 수시모집 인문계열에 합격한 강원 원주여고 3학년 강주리(18)양도 서울대를 포기하고 춘천교대에 최종 등록, 모교에 큰 충격을 던졌다. 강양 외에도 서울대 사범대 과학교육계에 합격한 광주 송원여고 3학년 오혜지(18)양도 전남대 약대를 최종 선택해 주목을 끌었다.

"고교 입학 직후부터 교대 진학을 원했다"는 강양은 "주위에서 '서울대를 가라'고 극구 만류했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생각해온 미래상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그는 "서울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활짝 웃었다. 강양의 담임인 이상학 교사는 "학교에서 서울대 수시에 유일하게 합격했던 터라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밀어 붙이는 주리를 보면서 든든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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