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공천작업을 앞둔 한나라당에 '물갈이 격랑'이 거세다. 공천심사위원회가 막강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가운데 영남 출신 중진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잇따르고 있어 물갈이는 급류를 타는 형국이다. 여기에 이재오 사무총장이 '5·6공 청산론'을 제기하고 나섰다.이 총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은 한 시대를 정리할 때"라며 "한나라당도 17대 총선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16 쿠데타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만둘 때까지 한나라당은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며 "3공과 이어진 5·6공 분들이 잘한 일도 많지만 인권탄압, 정경유착, 노동탄압 등으로 사람들이 '부패하다'는 소리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건전하고 양심적 보수세력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을 보여주면 한나라당이 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소장파 중심으로 제기되던 '5·6공 물갈이'를 당 지도부가 재론함으로써 당내 파장이 만만찮다. 즉각 당내 중진의원의 반발이 나왔다.
강창희 의원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그분도 '누구 누구'라고 지칭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비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쓸데없는 소리"라며 "당 대표가 5·6공 실세였던 마당에 지도부가 앞장서 '5·6공 물갈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장의 발언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중진들의 조직적 반발을 다시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공천심사위의 활동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위원들의 면면이 최병렬 대표의 사심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며 서청원 전 대표 등 당내 일부 세력이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29일 운영위 의결 등을 거쳐 명단을 확정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물갈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헌기 윤영탁 의원 외에 중진의원들의 추가 불출마 선언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장도 "추가로 불출마 선언할 중진이 5∼6명 된다"며 "영남권에서 3∼4명이, 그리고 비영남권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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