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위헌상태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변변한 정치개혁 방안 하나 손 대지도 않은 채 뒤늦게 선거구 문제로 싸우느라 시간을 보내더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팽개치는 사태를 빚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은 권위와 효력에 있어서 최종적인 것이고, 이는 의문없이 이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연말까지로 못 박힌 법 개정 시한을 아랑곳하는 기색도 없이 초법적 대치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여야 정당에 묻고 싶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정치를 싸움질 정도로 여기지 않고서야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올 수가 있는 것인지 양식과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구와 의원정수의 문제가 정히 목줄의 이해관계 여서 합의할 수 없다고 답이 없는 게 아니다. 당사자의 이해와 무관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권고가 이미 제시돼 있다. 굳이 이 안을 무시하는 각 당의 주장이 순수한 충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지난주 말 정치개혁특위가 또 무산되자 오늘 전원위원회를 소집한다지만 이를 위해 안건은 해당 위원회의 심의라도 거쳐야 한다. 상정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안건을 두고 편법처리를 불사하는 입법부의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 없다. 개정안의 내용도 문제지만 물리력으로 회의를 계속 막고 나서는 우리당의 태도는 개혁적으로 추방돼야 할 전형적인 구태에 지나지 않는다.
31일의 법 개정 시한을 넘길 경우 기존 선거구에 기초한 정당조직, 지구당의 지위, 심지어 의원신분의 법적 근거까지 논란에 싸일 수 있다. 갖은 궤변을 갖다 댄다 해도 이는 정치적 아노미 상태나 다름없다. 판을 깨더라도 법도는 있어야 한다. 개혁은 고사하고 이렇게 막가서야 되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