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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통합도산법 "신용불량자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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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통합도산법 "신용불량자 어떡해"

입력
200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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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가 사상 최대인 36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법원이 과다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체계적으로 도와주도록 하는 법안이 정부와 국회의 갈등으로 해를 넘기게 됐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가 부실 기업의 효율적인 구조조정과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해 연내 입법을 추진해 온 통합도산법이 11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이 별도 제출한 개인채무자회생법이 최근 국회 법사위에 전격 상정돼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통합도산법에도 포함돼 있는 개인회생제도는 일정한 수입이 있는 과다 채무자에 대해 법원이 파산선고를 내리는 대신 채무자의 변제계획 작성과 그 실행을 지원, 다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정치권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법무부가 2월 국회에 제출한 통합도산법이 무려 652개나 되는 방대한 법 조항 때문에 상임위 소위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400만 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해 개인회생제도를 따로 분리해 우선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천 의원측은 "통합도산법은 화의, 파산, 법정관리 등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의원들이 아예 손을 댈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연내 입법이 무산된 만큼 개인회생제도만이라도 따로 떼어내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LG카드 위기로 신용불량자가 다시 급증할 위험이 제기되면서 개인회생제도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도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의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갖추는 것도 시급한 현안인 데다 통합법이라는 국제적 입법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더욱이 연내 입법이 무산될 경우 법안이 자동 폐기돼 언제 재상정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업 구조조정의 효율성과 국제신인도 개선을 위해 통합도산법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법안이 방대하다고는 해도, 이미 상당수 쟁점에 대해 조정이 이뤄진 상태"라며 "통합도산법은 외환위기 이후 제기된 기업의 구조개혁과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이라는 민생 분야가 결합된 법안인 만큼, 일괄 처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내용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법 제출 1년이 가깝도록 심사조차 미루고 있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며 "정치권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용불량자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통합도산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부도기업의 속출과 부실기업 양산의 주원인은 회사정리 절차의 방만한 법 체계"라며 우리 정부에 파산법 회사정리법 화의법 등 도산3법의 통합을 '이행권고사항'으로 요구함에 따라 2002년 11월 시안이 마련됐다. 재계도 일찍부터 효율적인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관리를 위해, 시민단체는 IMF 위기를 겪으며 급증한 개인파산 문제 해결을 위해 통합도산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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