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박대와 천대/ 왜 그리도 날 슬프게 하는지/ 외롭게 갈길 찾아 헤매이던 이몸/ 오늘은야 따뜻한 보금자리/ 날 안아줄 그품에 왔도다'자유와 먹거리를 찾아 북을 떠나 남으로 왔던 탈북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촐한 송년행사를 가졌다. 20세 이하 탈북 청소년 300여명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한화빌딩에서 남북문화통합교육원(원장 정병호 한양대 교수·49)이 주최하는 탈북 청소년 캠프 뒤풀이 및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포근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2001년 시작된 탈북 청소년 캠프 '더 크고 싶은 아이들'은 올해에는 충남 천안 청소년캠프에서 26일부터 3일 동안 열렸으며 캠프에 참석한 30여명의 탈북 청소년들은 시, 노래, 연극, 웅변 등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며 자신감을 얻고 우애를 다졌다.
지난 1998년 탈북해 중국 연길에서 머무르다 지난해 10월 남쪽 품에 안긴 윤모(19)군은 "캠프를 통해 친구들도 사귀고 남녘 생활의 어려움도 털어놓을 수 있었다"면서 "캠프에서 만난 누나들이 중국에서 북으로 다시 잡혀간 누나 대신 따듯하게 대해 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풍물 공연을 선보인 임혜옥(17)양은 "1998년 혼자 탈북해 연말이나 명절이 되면 북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는데 친구들과 지내면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면서 "우등불놀이(캠프파이어)가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남북문화통합연구원 정병호 원장은 "여기저기 흩어져 외롭게 살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이 이런 행사를 통해 한데 모여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고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탈북 청소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