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본부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3개월간 농성중인 김민수 전 미대 교수와 학교 본부가 천막 철거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발단은 지난달 25일 시설관리국에서 '학교 미관을 해치는 불법 가건물인 천막을 자진 해체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천막에 붙이고 난 뒤부터. 이에 불만을 품은 김 전 교수와 학생들은 이달초 학교 곳곳에 '학교 미관을 해치는 본부 건물이나 강제 철거하라'는 내용의 '패러디 계고장'을 부착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복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절대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성 천막에 계고장이 나붙은 사건을 두고 본부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강제 철거시 뒤따를 학내외 역풍을 잘 알고 있는 본부측은 지난달부터 김 전 교수에 대한 재심을 골자로 하는 문제해결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천막 자진 철거 유도를 위한 유화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시설관리국의 계고장 부착으로 '당근 제시'도 무용지물화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강제 철거가 가능한 일이면 여태껏 천막을 방치했겠느냐"며 계고장 부착의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국측은 "총장은 물론 외부 관계자들이 본부에 출입할 때 이들이 벌이는 자극적 행태를 그냥 놔둘 수만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최근 예정됐던 본부측과 김 전 교수측의 면담도 결렬되는 등 양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연이은 외부 고위인사들의 학교 방문을 앞두고 천막 문제에 신경이 곤두 선 본부측은 "학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만큼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상당한 진전"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김 전 교수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외면한 채 유화 제스처만 내비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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