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해양연구원의 남극 세종기지에 파견된 전재규 대원이 실종된 동료를 구하려다 조난을 당해 꽃다운 젊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블리자드'라는 남극의 눈폭풍에 보트가 전복돼 혹한의 바다에 빠진 그의 직접적 사인은 '저체온증'으로 추정된다.물은 특성상 대단히 높은 열전도율을 가지고 있어 사람이 바닷물에 빠지면 비록 고성능의 방수복과 방한장비를 착용해도 쉽게 체온을 빼앗기게 된다. 특히 따뜻한 열대기후의 바다에서도 장시간 물에 잠겨 있을 경우 저체온증을 일으키는만큼 남극의 차가운 바다에서는 열 손실이 더 심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체온은 과연 무엇일까?
체온이란?
사람의 정상 체온은 흔히 36∼37도로 얘기된다. 체온이 정확한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신체 부위에 따라 온도가 차이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폐는 호흡을 하기 때문에 항상 찬 공기와 접해서 체온이 비교적 낮고, 간처럼 끊임없이 열을 생성하는 곳은 체온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체 내부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혈액 온도를 표준체온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러나 과학자들은 항문 안 6㎝ 위치한 직장의 온도를 표준체온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체검사를 할 때 직장의 온도를 측정하지 않고 체온계를 입이나 겨드랑이에 끼우는 것은 측정의 편이성 때문이다.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끼웠을 때 성인의 정상체온은 36.9도다. 어린이는 신진대사가 활발해 어른보다 약간 높고, 노인은 신진대사가 떨어져 조금 낮지만 남녀간에는 차이가 별로 없다.
다만 여성의 경우 월경주기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데 이를 이용해 '기초체온법'이란 피임법을 쓰고 있다. 기초체온이란 정상상태에서 하루 중 가장 안정될 때, 즉 아침에 눈뜬 직후의 체온을 말한다. 매일 아침 이 체온을 조사해 저온에서 고온으로 옮아가면 가임 확률이 높으므로 전후 7일간 성관계를 피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매일 자신의 체온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며 감기나 다른 질병에 걸렸으면 기초체온 변화를 알아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체온은 하루를 주기로 변하는데 체온이 가장 낮을 때는 이른 아침으로 오전 6시경이고,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오며 오후 2시가 되면 다시 완만하게 상승해 오후 5시부터 7시쯤 최고가 된다. 그러나 밤 9시부터는 체온이 떨어져 오전 1시에 이르러 거의 평형을 유지한다.
하루 중 최고 체온과 최저 체온의 차이는 0.6도 정도이며, 그 차이가 1도를 넘으면 일단 병이 난 것으로 의심해야 한다.
어떻게 열을 내고 유지하나
열은 자연상태에서는 에너지이다. 즉 물질대사를 할 때 화학반응에 의해 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발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체 내의 대사활동이 활발하며 에너지를 소비 발산하는 골격근·간·심장 등이 열을 만드는 기관이다.
특히 인체의 근육운동에 의해 열이 많이 발생된다. 그래서 날씨가 추우면 체온이 떨어지는데 떨어진 체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체는 반사적으로 근육을 움직여 열을 내게 된다. 이때 부르르 몸을 떨게 되는 것이다. 특히 10도 이하로 외부 온도가 떨어지면 인체의 열은 급속히 높아진다. 이렇게 높아진 열은 혈액으로 혈관을 따라 온 몸으로 퍼지게 된다. 이 따뜻한 혈액이 체온보다 낮은 외부와 맞닿아 있는 피부의 표면을 흐르며 열을 복사와 대류를 이용해 체외로 발산한다. 반면 인체 외부의 온도가 35도 이상이 되면 피부는 땀으로 열을 발산해 체온을 유지한다.
인간의 뇌는 크게 대뇌, 중뇌, 소뇌 그리고 간뇌 뇌교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에서 체온조절을 주로 맡고 있는 부분은 간뇌이며, 간뇌 중에서도 시상하부라는 곳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상하부는 피부에 있는 온도수용기로부터 오는 자극에 의해 체온을 올리거나 내려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항온동물은 세균이 침입하면 자신의 몸의 온도를 올림으로써 침입한 세균에 저항한다. 병원성 세균이 항온동물의 정상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살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기면 몸을 지키기 위해서 열이 난다. 열 자체는 병이 아니라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상이다. 대개는 감기 등과 같은 사소한 질병 때문에 열이 나지만 열이 간혹 심각한 질병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체온의 최고 한계는 보통 열병에서는 42도이며 어떤 질병에서는 44.7도나 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44도까지도 생명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체온이 26.7도 이하가 되면 의식이 없어지며, 동공이 수축되고 호흡은 얕고 느려지며 저혈압 상태가 된다. 체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면 대부분 사망하게 되지만 아주 희귀하게 9도에서도 생존한 예가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연세대 의대 생리학 교실 김정훈 교수,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도움말=연세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