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협회장을 구합니다.' 2개월 넘게 수장 공백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대한탁구협회가 새 회장 모시기에 나섰으나 대선자금 및 기업 비자금 정국 한파에 구인난을 겪고 있다.탁구는 남북 단일팀 구성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고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왔기 때문에 어떤 경기단체보다 협회장 자리가 매력적으로 여겨져 왔던 게 사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수장으로 있을 땐 포상금으로 아파트를 받았을 정도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고 최 전 회장이 지난 1995년 물러난 뒤에도 회장 영입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비자금 한파는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난 10월말 윤영호 전 회장 사임 후 회장 자리가 2개월째 비어 있지만 협회를 맡겠다고 나서는 회장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타천으로 거론되는 회장 후보마저 전무한 실정이다.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김충용 협회 부회장은 "검찰의 기업 비자금 수사로 너도나도 몸을 사리고 있는데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선뜻 내겠다고 나설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회장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회장 추대위원으로 활동중인 천영석 중고연맹 회장도 "지금 당장 회장 모시기가 어려워 당분간 협회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장없이 새해를 맞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내년 3월로 다가온 세계단체전 예선전(1∼7일, 카타르 도하)까지 회장을 영입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눈앞으로 다가온 아테네올림픽을 두고도 선장없이 표류하는 협회를 바라봐야 하는 탁구인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