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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갈등 줄이는 "나" 전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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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갈등 줄이는 "나" 전달법

입력
200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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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상담을 하면 젊은 부부이든 나이든 부부이든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미주알고주알 결혼생활 내용을 듣게 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혼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작은 말, 작은 행동에서 서로 상처를 받고 신뢰를 잃어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다.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주장만 하려고 할 뿐, 상대방의 느낌과 생각에는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그런데 부부사이에서 발생하는 작은 갈등은 서로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커질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갈등을 줄이는 대화방법으로 '나'(I) 전달법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나 전달법은 말하는 사람이 메시지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면서 하는 말이다. 이는 상대방의 행동을 가치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다. 나 전달법으로 말을 하면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보다 정확하고 덜 도전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반면 '너'(You) 전달법은 듣는 사람에 대한 판단, 즉 그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내포하게 된다. 이는 말하는 사람이 판단할 자격이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어 아무리 그 판단이 옳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받아들일 마음이 없어지게 한다.

나 전달법은 상대방의 행동, 그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 나의 느낌, 그리고 그 행동이 내게 미치는 결과를 구성요소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나 전달법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정한 상황에서 나 전달법과 너 전달법이 각각 어떻게 갈등을 달라지게 하는지 보자.

토요일 오후, 아내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점심약속이 있다고 외출을 하였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어두워져서 집에 돌아왔다. 그러자 남편은 현관에 들어서는 아내에게 굳은 얼굴로 "당신 뭐하고 다니는 사람이야? 점심 한끼 먹는 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남편의 말이 못내 서운하고 속이 상한다. 살림 하느라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미리 약속사실을 알리고 남편이 집에 있으니 아이들 걱정할 일도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좀 늦었기로서니, 내 마음을 그렇게도 이해 못하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만약 이때 남편이 나 전달법으로 "왜 이렇게 늦었어? 연락도 없이 늦게 오니까(상대방의 행동) 걱정이 되잖아(나의 느낌). 아이들도 엄마만 찾아 힘들었단 말이야(결과)"라고 말했다면 갈등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은 늦게 와서 걱정했다는 자신의 마음도 전달하였고, 아이들로 인해 힘들었다는 자신의 어려움도 알렸다. 이런 남편의 말에 아내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 것이다.

나 전달법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표현하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지 않으며, 따라서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쉽다. 또한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도록 도와주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직하게 나타낼 수 있다.

아울러 상대방의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표현함으로써, 이것들을 생략하고 자신의 판단만을 말했을 때 듣는 사람이 하게 될 오해와 상상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오해하기 쉽거나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을 때 나 전달법을 사용한다면 갈등을 원만하게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 온다고 하지 않던가. 나 전달법으로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아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연말이 되기를 희망한다.

최 일 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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