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라크 재건 기여에 대한 사의 표명과 이라크 채권 감면 등 협의를 위해 29일 방한 예정이던 제임스 베이커 미국대통령 특사가 26일 방한을 취소했다.외교통상부는 "베이커 특사가 24일 한승주(韓昇洲) 주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국내 일정상 아시아 방문기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며 방한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22일 한미 정상의 전화통화에 이어 미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특사 파견이 별다른 상황 변동 없이 이틀 만에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다. 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라크 공적 채권 규모(2억달러)가 극히 작은 한국부터 오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이라크 공적 채권 규모를 모르고 특사 파견 결정을 한 것이 아닌 만큼 이 해명은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안팎의 일반적 해석은 한국에 '미국의 채무 탕감 압력' 여론이 형성되자 미국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이 "이라크 채권이 수십억달러인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 방문의 목적이 다른데, 한국 정부가 이를 언론 등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답답해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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