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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서울 근교 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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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서울 근교 사격장

입력
200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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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 떨리는 총구(銃口)를 '휘이윙' 매서운 북풍 한 자락이 후벼 판다. 총과 하나된 눈꺼풀과 손목이 저릴 즈음 오렌지색 접시 하나가 창공을 가른다. '탕∼' 굉음과 메케한 화약 냄새가 반동으로 휘청거리는 몸을 적시면 목표물은 산산이 부서진 파편이 된다. 어린시절 단골 메뉴던 총잡이 놀이가 지겨울 만도 한데 회사원 김영철(37)씨는 "폼만 재는 게 아니라 뭔가 답답한 것을 뻥 뚫어주는 느낌, 쏴보지 않곤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지름 11㎝의 표적은 밀린 신용카드 고지서나 꾸짖는 상사, 맥없는 자신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날씨 핑계로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 사격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겨울 레포츠다. 신분증을 꼭 지참하고 주변 볼거리가 넉넉한 야외 클레이사격장과 가까운 도심 실내사격장을 찾아 푹푹 찌든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자.

'명중!' 그 맛과 겨울정취에 반한다

드넓은 벌판에서 벌어지는 클레이사격은 18세기 영국 귀족이 비둘기를 날려 쏴 맞추던 사냥에서 비롯됐다. 점토(Clay)와 콜타르, 석회석 등을 혼합해 만든 접시모양의 표적을 피전(Pigeon·비둘기)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

피전이 날아오는 위치와 수에 따라 3가지 정식종목이 있다. 스키트는 양 옆에서, 트랩은 상하좌우로 불규칙하게, 더블트랩은 2개가 동시에 시속 80∼90㎞로 솟구친다. 초보자는 일단 속도가 느리고(시속 40㎞) 방향도 일정한 아메리칸 트랩에서 연습해야 한다.

실탄은 300∼350개의 납알이 들어간 산탄으로 1라운드에 25발을 쏘게 된다. 총기는 3∼3.5㎏으로 여성이 들고 쏘기에도 무겁지 않다. 성인(만19세)만 가능하며 한달 정도 익히면 방아쇠 당기는 짜릿한 '손 맛'을 느끼게 된다.

수도권엔 3곳의 클레이사격장이 있다. 베테랑 코치의 친절한 설명뿐 아니라 조끼와 귀마개, 사격안경 등 보호장비도 함께 빌려주므로 몸만 가면 된다. 겨울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변 볼거리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놀거리는 덤이다.

1999년 문을 연 경기 화성시 양감면 사창리 경기도종합사격장(2만2,910평)은 클레이사격과 권총 및 공기총 실내사격이 모두 가능한 사격의 메카다. 아메리칸트랩 6사대 등 종목별 클레이사격장과 공기총(10m) 러닝타깃(10m) 화약총(25m, 50m) 권총 사격장 등 173사대 규모다. 가격(2만원)도 3곳 중 가장 싸다.

사격장 안엔 인라인스케이트장과 하이킹 코스, 야외쉼터 등이 마련돼 있고 부근 초록산 삼림욕장은 산책로(4㎞)와 잔디밭(800평), 연못 등이 고즈넉한 겨울풍경을 연출한다. 또 누에와 곤충을 관찰하고 식사도 할 수 있는 뽕나무골 누에박물관(031―353―6220)과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는 월문온천(031―226―5000) 등도 근처에 있다.

포천군 화현면 웨스턴밸리는 클레이사격장뿐 아니라 눈썰매장과 맨발건강산책로(5㎞), 수영장, 온천 등을 갖춘 복합레저 공간이다. 광릉수목원과 산정호수, 백운계곡 등 주변 경치도 아름답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이스턴캐슬(태릉 국제사격장)은 값(3만5,000원)은 비싸지만 도심에서 클레이사격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 사격을 하면서 자연스레 사격장을 둘러싼 불암산의 맑은 공기와 겨울 절경을 체험할 수 있다.

권총으로 피로를 향해 쏜다

클레이사격이 야외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박살 내는 쾌감이라면 권총 사격은 다양한 종류의 총을 직접 골라 눈곱만한 과녁을 뚫는 성취감이다.

권총은 작동방식과 구경(총구 안지름)에 따라 독특한 개성이 있어 선택의 즐거움이 큰 게 매력. 22,38,45 구경과 9㎜ 피스톨 등 4종류로 나뉜다. 구경이 클수록 반동이 세기 때문에 초보자나 여성은 작은 구경의 총을 고르는 게 좋다. 파괴력과 반동이 크고 정확도가 높은 45구경은 마니아용.

클레이사격장에 권총사격장을 갖춘 곳도 있지만 서울 인천 등 도심엔 5개의 전문 실내사격장이 있다. 목동사격장엔 어린이의 집중력을 키우는 공기총사격장도 있다. 모두 전·현직 사격선수가 사격술을 지도한다. 가격은 1라운드(10발)에 1만5,000∼3만원으로 총알이 굵고 구경이 클수록 비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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