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오페라의 대중화는 무리겠지요." 예술의전당 김순규 사장의 말이다.올해 줄줄이 이어진 대규모 야외 오페라가 '오페라의 대중화'를 표방한 데 대해 그는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오페라는 제작비가 비싸고 한 작품이 길어야 일주일 공연할 정도로 장기 공연도 어렵습니다. 표를 팔아서는 도저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이죠."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대관신청을 했던 민간 오페라단들이 줄줄이 대관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문득 성곡 오페라단 백기현 단장의 사정이 머리를 스쳤다. 며칠 전 기자는 그의 안부를 물었다. 11월 러시아에서 공연한 창작 오페라 '이순신'의 세 번째 버전은 썩 괜찮아서 국내 공연 여부가 궁금해서였다. 그의 대답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라고 말꼬리를흐렸다.
몇 곳에 알아보니 백 단장은 제작비의 절반 가량을 빚으로 떠안았다. 명색이 국립대 성악과 교수인 그의 급여 일부가 가압류될 정도였다. 다른 민간 오페라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성악가를 초빙해 갈라 콘서트를 여는 단체도 많다. 비교적 여유 있는 국립 오페라단조차도 정은숙 단장이 매번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다.
물론 클래식 인구 감소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오페라의 쇠퇴는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창단 이래 120년 동안 시즌 중 휴관한 적이 없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조차도 매표 부진으로 내년 1월 2주의 휴관을 발표해 둔 상태다.
예술의 전당 김순규 사장은 "앞으로 오페라는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야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의 후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중성이 없더라도 오페라는 존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장르다. 훌륭한 오페라는 음악과 연극 양쪽에 영감을 제공해 주는 원천이다.
물론 일부 수준 미달의 작품이 나올 수는 있다. 따라서 옥석구분(玉石俱焚)하지 말고, 옥석을 제대로 가려서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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